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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의 윤리, 어떤 점을 따져보아야 할까요?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40)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우리는 곧 비대면 진료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전에도 여기에서 원격의료 관련 논의를 한두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비대면 진료에 관한 논의 자체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비대면 진료의 윤리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지요? 익명

 

이번까지 하면 원격의료에 관해 칼럼에서 다루는 것이 네 번째가 됩니다. 그만큼 의료계 안팎의 관심도가 높다는 의미겠지요. 이미 보건복지부는 2022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선언했고, 5월 초에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까지 결정한 상황입니다. 과거 제기되었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원론적인 반대는 이미 넘어선 것으로 판단되므로, 문제 사례를 검토하여 잘못된 제도가 세워지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살펴보고 싶은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비대면 진료와 치과의 관련성입니다. 둘째, 비대면 진료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따져보아야 할 윤리적 원칙입니다. 각각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치과는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진료를 수행해야 하므로 비대면 진료와 치과가 크게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저만 해도 아직 암암리에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비대면 진료로 보존이나 보철, 치주 수술과 같은 진료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치과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몇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구강 진단, 약 처방, 교정, 예방관리, 구강내과 영역에서 상담 및 관리가 일단 떠오르는데요.

 

교정의 경우 이전에 다루었던 DIY 투명교정, 즉 플랫폼이 환자에게 직접 투명교정 장치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진료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진단의 경우도 영상 자료에 추가적인 재료와 장비를 추가하여 기본적인 진단이 가능합니다. 서울시가 카이아이컴퍼니와 함께 2020년 도입하려 했던 비대면 구강관리 서비스가 그 예입니다. 당시 구강착색제와 디지털 사진 앱을 통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구강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었지요.

 

물론, 이런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 치과 의료가 진행될 것인지에 관해선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실례로 든 두 영역은 허용되면 문제의 소지가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업이 직접 환자에게 교정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현재 처음 시작되었던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교정치료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홍보하여 필요하지 않은 경우, 또는 투명 장치로 해결할 수 없는 증례를 무리하게 시도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문제가 벌어지고 있지요. 진단의 경우, 비대면 앱에서 사진 등을 통해 부정확하게 내려진 진단으로 치과의 진단을 과잉진료로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또 치과 진단 앱이 법률 상담 플랫폼 로톡이나 성형 상담 앱처럼 환자 유인·알선의 방식으로 전용될 수 있겠다는 점도 걱정이 됩니다.

 

또, 이런 비대면 진료 서비스 자체의 운용방식에 관한 염려도 있습니다. 국내의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 당연한 목표를 포기할 수 없으므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 어딘가에서 수익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배달 앱처럼 서비스 비용이 일선 의원에 전가된다거나 하는 경우, 이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경우 수익성의 문제는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이런 비대면 진료 서비스 일반에 적용되는 문제가 남습니다. 발생하는 데이터의 관리인데요. 코로나19의 감염병 자료나 아동 주치의 사업 자료 등의 사례를 볼 때, 기업이든 국가든 비대면 진료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활용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데이터의 불투명한 활용은 그 자체로 비윤리적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대면 진료에서 따져보아야 할 윤리적 원칙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이미 의료윤리에서 활용되고 있는 원칙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비대면 진료에 적용됨에 있어 각 원칙의 의미는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첫째, 자율성입니다. 자율성이란 원래 진료에 있어 환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에선 기존의 자율성에서 확대되어 이중의 의미가 부여됩니다. 첫째, 비대면 환경의 관리권입니다.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환자와 의료인은 구현된 환경(카메라, 마이크, 송수신 장비, 웹 인터페이스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수정을 요청하며, 보안을 요구할 권리를 지닙니다. 둘째, 비대면 데이터의 통제권입니다. 비대면 진료 전체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며, 생성된 데이터는 21세기 데이터 경제에서 다양한 활용과 이득 창출 가능성을 지닙니다. 환자 및 의료인은 이 데이터의 사용 및 관리 방식에 대한 통제의 권리를 지닙니다.

 

둘째, 악행금지입니다. “해를 끼치지 말라”로 요약되는 악행금지는 비대면 진료가 비대면이라는 이유로 진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금지합니다. 비대면 환경으로 인하여 대면 진료에서 가용했던 여러 진단 요소를 활용할 수 없거나 정밀한 관찰이 어렵다면, 그 대안을 비대면 시스템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비대면 환경에서 해당 진료는 허용되어선 안 됩니다.

 

셋째, 정의입니다. 초기 의료윤리에서 정의는 차별금지 정도로 이해되었으나, 이후 의료 자원의 정당한 분배에 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최근의 여러 요구가 이에 부가되면서 의료윤리의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하여 앞서 살폈던 데이터 통제권은 정의에 속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또한, 서비스의 접근과 데이터의 활용에 있어서 편향이 발생함을 인식하고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접근에 있어 노인 환자가 신체적 이유로 사용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비대면 진료로 생성·축적된 데이터가 일부 인구 집단만을 대표한다는 점을 활용 시에 명시적으로 언급할 책임이 시스템에 부여됩니다. 더불어, 특정 집단만 고려하여 서비스가 설계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장애인이나 외국인 등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 시스템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요소는 비대면 진료가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것이 아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일 때 특히 중요해집니다.

 

아직 막 운을 뗀 비대면 진료의 구체화 논의에 의료윤리는 아직 명시적으로 반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또한 의료행위이기에 의료윤리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랜만에 이 지면에서 약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여 쉽게 다가오지 않는 부분이 있으시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오래 함께해주신 선생님들을 믿으며 고민을 함께 나누어 봅니다.

 

 

▶▶▶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