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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platform)에 경배하라

시론

플랫폼은 원래 프랑스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구획된 땅(Plat)이라는 의미와 형태(form)이라는 말로서 경계가 없던 땅이 구획되면서 특정한 용도에 따라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의미로는 기차역 등에서 승객들이 타고 내릴 수 있게 철로보다 단을 높여 평평하게 만들어 놓은 구조물을 지칭하여 왔다.

 

최근에는 이런 단순한 하드웨어적인 의미보다는 주로 비지니스를 위한 특정 공간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의미에서 주로 사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개념의 플랫폼은 과거에도 있었다. 가까이 우리나라만 보아도 특정물품에 특화된 전통시장이 그러하였고, 국제적으로도 특정 물류를 장악한 항구나, 집단 역시 현대 개념의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고 그리 크지 않았다.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이 보편화 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따라 지리적 시간적 제한 없이 사람들이 모여 소통(communication)할 수 있게 되었고, 거기에 더하여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이러한 변화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겨우 10년 만에 이제 대부분의 인류는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고, 스마트폰과 이를 이용한 사이버 공간의 유람(?)은 생활의 시작과 끝이 되었다. (그냥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만지고, 잠들 때 마지막으로 만지는 것은 스마트폰일 것이다.) 뉴스를 보고, 글도 읽고, 물건을 구매하고, 사람과 연락하고, 영화와 음악을 듣고, 사진도 찍고, 은행업무도 보고 있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계산도 하고, 그냥 애완동물 다루 듯 그저 열심히 꾸며주면서 즐거운 사람도 있다. 최소 100년간의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활방식이 단 10년만에 크게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플랫폼으로서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자체 보다 이를 운영하는 운영체계가 중요한데 크게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양분하고 있으며, 아울러 이런 분야의 맏형 격으로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즈도 여전히 건재하다. 이들은 영리하게도 그 운영체계 하에 실생활에 이용될 수 있는 다양한 용도의 앱(App., application software)을 만들게 하고, 이를 이용한 다양한 하위 플랫폼을 생성시켜, 한 생태계 하에서 이를 총괄하고 통제하는 큰 제국을 만들어 놓았다.

 

옛말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라는 말이 있고, 이미 그들은 그 “로마”가 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제국이 흥망성쇠가 있듯이 사람들의 마음은 늘 갈대와 같아서 언제든지 더 새롭고 더 매력적인 플랫폼을 찾아 떠날 수 있으므로 그들은 그들의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도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도 마찬가지이다. 네이버의 검색엔진, 카카오의 메신져, 쿠팡의 전자상거래 등 이미 자신들이 선점한 강력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대리운전, 온라인 쇼핑, 방송, 은행 등 다양한 분야의 비지니스에 문어발 식 확장을 하며 전통적인 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이러한 플랫폼에 종속되고 열광하게 되었을까? 그 무엇보다 이용의 편리성이다. 언제나 게으르고 싶은 인간의 본성상 같은 목적을 이루는데 조금만 편하면 그것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러한 플랫폼은 한번이라도 이용해 보면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편하다. 또 다른 한가지 특성은 신뢰성이다. 우리가 대기업 상품을 조금 더 믿고 구매하게 되듯이 이러한 대규모 플랫폼에서 취급하는 상품, 정보 등은 더 신뢰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개인거래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거래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므로 역설적으로 더 안전하기도 하다. 이렇게 인기가 늘고 플랫폼 이용자가 늘면 자본이 축적되고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도 10여년전에 작은 온라인 동호회(본인이 21번째 가입자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 않아 주요 투자자가 되지는 못하였다.)로 시작한 한 커뮤니티가 지금은 수백만 이상의 팔로워를 자랑하며 시작 때와는 다른 다양한 사업을 하는 기업형 사이트가 되는 것도 보았다. 이는 의료계, 법조계 등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전문집단에도 점차 적용이 되어 병원을 추천하고, 상담도 해주고, 가격비교도 해주며 점차 의료인에 대해 갑질(?)을 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 되고 있고, 기업화도 되고 있어서 최근의 의료 영리화 이슈와 맞물려 과연 이것이 적법한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윤리성, 적법성을 차치하고, 과연 우리는 이런 변화를 끝까지 거부할 수 있을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늘 새로운 변화에는 끊임없는 반발이 있었고, 결국은 변화를 거스를 수가 없었다. 거스를 수 없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려는 데 에너지를 쓰는게 현명한 태도이다. 기술 집약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플랫폼의 무서운 점은 자체적으로 진화를 한다는 점이다. 집단지성과 기술의 힘은 그 원동력을 제공하며, 예를 들어 내가 찾아가서 직접 물어보면서 소통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의 공간이 이제는 AI 기술이 접목되어 내 성향을 미리 파악한 폰 혹은 PC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알려주고, 자주 읽는 주제의 기사를 띄워주며, 상품마저 추천해 주고 있다. 이러한 무시무시한 플랫폼 영향력은 연관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을 직접 유도하기도 하는데, 이미 반도체 시장의 큰손이 되었고, 로봇과 인공지능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각 직역 비지니스와 소통의 방식을 바꿔 법체계와 사람들의 생활 방식까지 바꿔나가고 있다.

 

치과계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을 선점, 유지하려는 노력 역시 이미 활발하다. 실명을 거론하기 그렇지만 압도적인 치과의사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고, 인기 치과 유투버, 기업기반 방송플랫폼 등 치과계의 크고 작은 “로마”가 되기 위한 개인, 치과기업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이미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업화 되어가는 움직임도 보인다. 바로 10여년전 현재의 플랫폼 기반의 세계를 상상하지 못했 듯, 현재에도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고, 기존에 없던 플랫폼 개념도 계속 출현할 것이며, 로봇 및 AI 기술까지 보편화 되면 향후 10-20년 후 의료계 및 치과의료계가 어떤 모습이 될 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열차는 너무 빠르게 달리고 있고, 달리는 열차에 탑승하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하다. 멀미약이라도 먹고 우선 순응하면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우리나라 치과계의 멋진 플랫폼 출현을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