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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체력, 감정 그리고 에너지

스펙트럼

‘무엇을 할 기분이 안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무엇을 할 체력이 없다’라는 말도 있고, ‘그 일을 할 시간이 없어 너무 바쁘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간이란 인풋이 없으면 일을 못하는 것은 너무 자명합니다. 또한 체력도 중요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만 많다고 일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누워있는 상태에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근데 ‘체력과 시간도 있는데 무엇을 할 기분이 안든다’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공감이 되십니까? 아니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이를 에너지라고 바꿔서 표현합니다. 기분이 안든다는 경우는 감정적 에너지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너지라하면 이는 시간, 체력, 감정의 복합체가 됩니다. ‘시간관리를 잘해라’는 많이 들어봤습니다. ‘체력관리를 잘해라’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인 장그래가 들었던 말이죠. 근데 ‘기분관리를 잘해라’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에 감정조절이나 기분조절을 잘해라는 말은 있지만, 이는 관리와 다르게 나빠지지만 않게 하라는 억압적 통제 성격이 강해보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기분이 안든다’라는 말은 다소 사치스럽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OTT로 드라마나 영화를 본 적이 많지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최소 1시간에서 길면 2시간 이상이 될 정도로 시간을 많이 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바빠서 선뜻 보기가 어려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실 1시간 또는 2시간은 어떻게든 낼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있음에도 잘 못보는 이유는 제가 에너지가 요즘 부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도 집중해서 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무엇을 봐도 그리 재밌게 안 느껴지는 경우도 많고 전개가 느리거나 다소 지루하다고 조금만 느껴지면 바로 시청을 중단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뜻 요즘 재밌다고 하는 콘텐츠들을 봤다가 안보느니만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봐 걱정이 되서, 그냥 이전에 재밌었던 영화들 중에 재밌었던 장면들이나 유튜브의 콘텐츠 요약본을 보고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삼십대적에는 그냥 쉬고 그냥 일하고 그런 기분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바로 쉬고 놀 수 있는 에너지가 넘쳐났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마흔이 넘어서 일수도 있고, 에너지 관리를 못한 것이겠죠. 대외적으로는 저는 연구와 육아 둘다 활발히 하는 부교수입니다. 그렇지만 대내적으로는 에너지가 없어 허덕입니다. 그래도 더 나아가고 발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관리를 해야되는데 참 어렵습니다. 이를 두고는 누구는 시간을 넘어선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에너지가 있다면 하고싶은 일과 주변 사람들과 잘해보고 싶은 일들도 많기에 끈을 계속 붙잡고 나아가려 합니다.

 

제가 에너지가 부족할 때 저를 도와주거나, 에너지가 부족해질까봐 저에게 에너지를 주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글을 마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