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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단상(斷想)

스펙트럼

#1

연일 30도를 훌쩍 넘어서는 고온, 다습의 무더위가 밤까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자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잠을 설친지가 꽤 여러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창 밖 아파트 단지 안의 나무에서 울어대는 새들과 매미소리에 잠을 설쳐서 잠깐 깨고 나서 아직 일어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게 다시 잠이 들지 않습니다. 머리 속에서 뭔가가 잡히지 않고 오락가락만 하면서 돌아다닙니다. 습기, 끈적함, 뜨거움, 갈증... 계속되는 열대야로 인해 숙면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들이 저 말고도 많겠지요. 결국 그렇게 일어나서 뭔가 개운하지 못한 기분으로 출근을 하는 길은 그리 신나지 못합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기엔 뭔가 아쉽습니다.

 

#2

열대야를 극복하고 숙면을 취해서 하루의 시작을 상쾌하게 바꾸어보려고 정보를 얻고 조언을 구해보면 결국 이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한다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섭취할 것 중 기본인 물은 우리 몸 안에서 세포 사이에 영양분을 전달하고 체온조절, 소화 기능 유지, 혈액순환, 노폐물 배출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요즈음에는 특히 땀을 많이 흘려서 몸에 수분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거라도 충분히 먹어야겠다(하루에 꼭 2L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라고 생각은 100번도 넘게 하지만 그 또한 잘 안됩니다. 제 자신의 의지력에 대해서 실망하는 요즘입니다. 내일은 다시 해보아야겠습니다.

 

#3

출근하지 않는 날, 집에 있다보면 하루에 몇 번이고 샤워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여름이니 더운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습한 기운까지 함께 있기 때문에 턱 밑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기운을 참기가 힘듭니다. 온 집안이 한증막처럼 변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에어컨을 켜는 것은 왠지 낭비를 하는 것 같아서 최대한 참아보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배인 그런 생각은 잘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괜히 더위 먹느니 자주 에어컨을 틀어서 쾌적한 온도를 만드는 것도 결코 낭비는 아닐 겁니다.

 

#4

이렇게 더운 날씨가 자연스러운 여름 날씨인지, 아니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고온기후 기승으로 나타나는 지구 온난화의 일환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이 잘 보존되지 못하고 파괴되면 결국 지구 전체가 뜨거워지고, 여름 날씨도 더 무더워질 것이며 그것은 우리 스스로도 원인제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 등의 쓰레기, 부적절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행동이 결국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머리로는 알더라도 몸이 습관처럼 움직여서 저질러버리니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날 때 만이라도 조금씩 바꾸어봐야겠습니다.

 

#5

뉴스를 보면 즐거운 내용보다는 어두운 내용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어쩌면 이전에도 항상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IMF 이후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 ‘코로나 재확산’, ‘지구 곳곳에서의 분쟁들’, ‘영끌해서 투자한 주식 반토막’...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어제, 오늘 115년만에 최대 폭우라는 새로운 상황이 생겨버렸습니다. 어째 비가 오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근처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운전을 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붓는 빗줄기에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지하 주차장 안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 최대한 높은 곳에 차를 위치시키려고 자리를 찾느라 빙빙 돌았습니다. 저는 그 정도로 겪은 것 뿐인데 지인분들이 올려주시는 직접 체험한 물 관련 상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도로 한가운데서 물폭탄을 만나 차는 시동이 꺼지고 물속에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버리고 몇 시간 걸려서 겨우 귀가했다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더군요. 차같은 물건이야 나중에 다시 구하면 되겠지만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은 것 만해도 그래도 다행입니다. 반복되는 사고 예방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며칠간은 화두가 되겠지요.

 

#6

치과에 출근을 하면 뭐니뭐니 해도 에어컨이 시원하게 맞아줍니다. 집에서는 그렇게 왠지 신경이 쓰여서 오랫동안 켜지 못하지만 여기는 다릅니다. 온도로만 따지자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또 치과에서는 환자, 보호자분들, 동료들과 나누는 정다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요즘 핫한 ‘이상한 변호사’드라마 이야기도 나누어봅니다. 그렇게 즐겁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려면서 얼마 전에는 입추도 지났습니다. 물론 입추가 되었다고 바로 시원한 가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절기는 무시할 수가 없고 그 말만 떠올려도 마음속에서 지금의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이 자라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습한 무더위는 가고 이제 곧 시원한 가을 기운이 느껴지는 날이 올거야”하고 말이지요.

 

하루하루 지나가는 8월의 여름날에 떠오르는 생각들이었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