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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와 치과는 왜 나누어졌을까? (2)제도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44)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치과의사로써 간혹 의사나 사회의 시각이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의사보다 전문성이 부족한 직업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곤 하지요. 그래서 묻습니다. 의과와 치과, 의학과 치의학은 어떻게 나누어지게 되었나요? 앞으로 이런 차이에 변화가 생길까요? 익명

 

작년 말에 이 질문, “의과와 치과는 왜 나누어졌을까?”를 개괄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었고, 이번에 세 차례에 나누어서 세부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무척 소중하고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고, 사회의 변화와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어 주시는 선생님들께선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난번에 교육의 분화를 정리했습니다. 오늘 살피고자 하는 것은 제도입니다. 제도라고 하면 일단 의료법을 떠올리실 텐데요, 제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치과의사 협회의 설립입니다. 일단, 왜 제도와 협회 설립을 연결하는지부터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치과의사는 의료 전문직의 하나이며, 전문직을 다른 직업과 구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면허 등을 통한 독점권의 부여와 전문직 단체를 통한 사회와의 교섭 행위입니다. 시험을 통해 직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동·서양에서 공히 나타납니다. 따라서,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보다 특수 교육 기관의 설립으로 그 졸업자만을 해당 직업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문직 성립에 더 중요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전문직 단체의 구성과 사회 교섭입니다. 전문직은 전문 지식을 통해 사회의 요구를 수행하는 직업이자 집단입니다. 이들이 지닌 전문 지식은 다른 집단에 쉽게 공유되지 않기에, 사회는 이들에게 구성원의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한편 집단의 권리를 인정합니다. 대표적인 권리-의무의 조합이 자율성과 능력의 보장, 독점권과 이타주의가 서로 상호 교환 관계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전문직은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그만큼 자기 능력을 증명하고 계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합니다. 또, 독점권을 인정받지만, 그것은 결정에 있어 환자의 이익을 다른 것보다 우선하리라는 기대를 전제합니다. 예컨대, 의사 집단이 스스로 능력을 증명할 수 없다면, 그들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맡겨 두어선 안 되겠지요. 또, 의사 집단이 자기 이익만 우선한다면, 그들에게 독점권을 부여할 수 없을 겁니다.

 

이런 권리와 의무의 교환,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교섭은 전문직 개인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국가는 법을 통해 전문직의 권리를 명문화하지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문직 단체죠. 전문직 단체는 집단의 자율성, 독점권, 신뢰 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상응하는 사회의 기대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 지침 마련 등의 활동을 수행합니다.

 

한국 근대사의 특성상 이런 의미의 전문직 단체가 자발적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었고, 현재 한국의 의료 전문직 단체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치의학 영역에서 이런 단체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검토해 보는 것은 우리의 현실을 다시 살피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말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세기 유럽이었습니다. 주화와 수은을 혼합하여 만들었던 아말감을 처음 치과 치료에 사용했던 것은 1824년, 프랑스의 치과의사 오귀스트 타뷰였지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아말감은 그리 오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금속 배합비가 나빠서 충전 이후 수분을 흡수하면서 팽창했고, 결국 치아 파절을 유발하거나 탈락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런 재료를 영국과 미국으로 옮긴 것은 크로커 형제라는 동유럽 출신의 방랑 치과술사였습니다. 이들은 왕실에서 쓰는 재료라고 아말감을 홍보하면서 영국 각지에서 치아를 충전하여 상당한 돈을 번 뒤, 바로 신대륙으로 건너갔습니다. 이들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에,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기존의 치과의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들은 단체를 조직하여 크로커 형제에 대항하고자 했죠. 미국 치과외과의 협회는 제대로 된 치과의사라면 아말감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소속 치과의사에게 아말감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립니다.

 

크로커 형제는 미국 순회 진료를 마친 뒤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고, 그 이후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하지만, 아말감 금지 명령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사실, 치과의사 중에도 아말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납니다. 크로커 형제처럼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좋은 충전 재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하지만, 협회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점차 협회를 이탈하는 치과의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협회는 아말감 금지 명령을 더 강화하고, 자경단을 조직해 아말감을 사용하는 치과의사를 고발하여 더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맞섭니다. 결국, 미국 치과외과의 협회는 구성원들 다수가 이탈하면서 사라지게 되었어요.

 

이 과정은 치과의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당시 기록이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치과의사들은 국가 수준의 전문직 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이 과정을 통해 깨달았던 것 같아요. 치과외과의 협회가 해체된 지 10년, 1859년에 미국 치과의사협회가 창설되었거든요. 새로 창설된 협회는 높은 수준의 전문직업적 이상을 지키고 과학적 표준을 보급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문직의 자율성과 독점권을 지키고, 그에 따른 능력의 달성과 이타주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치과의사 단체가 설립된 것이죠. 미국 치과의사협회는 현재 가장 오래된 치과의사 전문직 단체로써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각 나라에는 치과의사 전문직 단체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체의 본질이 전문직의 권리와 책무를 구현하는 데에 있는 만큼, 전문직 단체는 전문직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놓입니다. 특히, 우리가 의과와 치과의 구분을 다루고 있는 만큼, 치과의사 전문직 단체가 별도로 구성되던 시점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은 치과의사 전문직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말감이 불러일으킨 태풍이라고 할까요. 치과의사협회의 탄생 이야기, 어떠셨는지요.

 

 

▶▶▶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