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땅을 밟으며

시론

치과의사면서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치과진료 하면서보다 새로운 분야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시는 듯하다.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많이 알려진 나의 생활터전인 군위가 몇 년 전부터 대구 신공항 이전으로 핫이슈가 되었고 지금은 대구로의 편입 확정이 목전에 있는 지역이다 보니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이 지역에 부동산 사무실이 최근에 폭발적으로 많이 생겨 아마도 한지역의 단위 면적당 수가 전국에서 최고로 높은 정도가 되었다. 가게가 비게 되면 여지없이 대신 들어오는 게 부동산 사무실이다. 그러다보니 우연인지 필연인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생겨 색다른 공부를 하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알고 있는 치과의사 한 분이 부동산 거래에 휘말려 고통받다가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전문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주위 사람에게 현혹되어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들은 것 같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니 잘 모르면 흔히 겪을 수 있을 것 같다...

 

치과를 개원할 때도 건물 임대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례로 임대계약을 당일하고 대항요건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았지만 악덕 건물주가 당일 뒤늦게 제 3자에게 저당설정을 해주게 되면 임대계약은 다음날 0시 이후에 발동하기 때문에 2순위가 되어 등기부등본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필자도 예전에 10년 가까이 저축한 돈으로 IMF 직전에 건물 지으려고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비참한 결과로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했었다. 미리 사전지식으로 알고 있으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법무사의 도움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연예인 서oo씨가 도전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필자도 직접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막상 공부해보니 일상에서 우리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이 참 많았다. 치과업무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인 공인중개사 공부가 쉽게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용어를 적응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 수십만 명이 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데 새로운 체험이라 생각하며 이왕 칼을 뺏으니 무라도 잘라야 하는 심정으로 용어들을 숙지해 나갔다. 결과, 노력하면 이루리란 걸 새삼 깨달으며 올 한 해 진료와 여가시간의 부동산 공부로 마무리했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정년이 제한되어 있지 않지만 대부분 공직에 있거나 일반 직장인들은 정년이 정해져 있고 정년 후의 생활을 걱정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평균수명이 늘어나서인지 정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고 있다.

 

다른 직종의 사람들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내가 만약 치과의사가 아니라면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며 상상해보기도 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자못 비장해졌다. 지금 당장 직장을 잃으면 무엇을 할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진료외의 시간을 공인중개사 공부에 올인해 보았다. 그 결과 증을 받으니 기분은 좋다.

 

예전보다 치과의사 수도 많고 지나친 경쟁으로 서로에게 불신을 주는 현실을 보며 서글퍼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진료를 하는 우리의 감각이 예전 같지가 않다. 체력관리에 신경을 쓴다 해도 몸을 혹사한 나머지 무엇보다 시력이 떨어지고 이명에 시달리기도 하고... 환자를 위해 평생 진료에 임하는 자세가 우리의 주어진 의무이고 사명감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도 남은 삶을 더 의미 있게 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제 2의 삶도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각자 건강의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엔 시력과 손 감각이 떨어지게 되면 자발적 퇴직을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하며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마음먹으면 누구나 할 수도 있겠지만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연유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서 진료실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며 임장활동 하는 소박한 꿈을 꾸며 참고 견딘 것 같다.

 

우리의 건강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한다. 몸을 혹사해가며 진료에 임해서 건강을 해치거나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이 너무나 많다. 늘 주장하지만 몸에 무리가 올 정도의 스트레스와 피로는 진정 환자를 위함이 아니다. 건강하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환자를 위함이고 그들에게 해야 할 도리다. 이러한 평소의 생각으로 진료외의 시간들을 글쓰기를 잠시 뒤로하고 색다른 공부를 하며 몰입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부동산 투자를 으뜸으로 생각하지만 철저한 사전답사와 자료조사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되돌릴 수 없는 게 부동산 투자라는 걸 다시 한 번 명심하게 되었다. 좋아 보이는 곳에 항상 함정이 있기 마련이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게 만고의 진리인 것 같다. 결과발표 후 사서 고생한 공부에서 벗어난 이 자유! 아이나 어른이나 공부는 힘들다. 오늘도 퇴근 후 둔치를 걸으며 흙냄새를 마음껏 맡고 싶다.

 

 

 

연결고리

 

땅땅거리는 이 땅

내 것이 아니어도

이 모두가 내 것

물소리 바람소리 흙냄새

값지고 형세 좋은 땅

누군가에게 인연이 될

사람과 땅의 만남

 

시심은 사라지고

감성은 뒷걸음치고

연결고리 만들어보자

저 멀리 들판을 보며

지형 좋은 산과 들

논두렁길로의 임장활동

 

솔 향 나르는 바깥바람

과거 현재 미래의 땅

지금의 가치

무한의 가능성 찾아

멀리 궤뚫어본다

땅! 땅! 시심 묻을 땅이여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