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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

박병기 칼럼

子曰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자왈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

〈논어 자로(子路) 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서로 조화를 이루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 않고, 소인은 같기만을 요구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어울리지 못한다.

 

공자는 30세에 노나라에서 가장 박식한 사람으로 인정되어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3천명에 달한다. 당시 노나라는 노 환공의 아들인 계손(季孫), 숙손(叔孫), 맹손(孟孫) 세 집안(삼환 三桓)에 의해 다스려지고, 제후인 노소공은 허수아비 역할만 하고 있었다. 학문과 교육에 열중하였던 공자는 현실정치에서 자신의 학문을 실현해 보기를 원하였으나 51세 무렵에야 노나라 조그마한 고을의 수령이 된다. 고을 수령으로서의 능력이 인정되어 대사국의 (법무부 장관) 중책을 맡는다. 공자로 인해 노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안정되는 것에 불안을 느낀 이웃 제나라는 삼환(三桓)에게 뇌물을 주고 미인계를 쓴다. 공자는 삼환이 쾌락에 빠진 것을 만류하다가 대립하게 되었다. 공자는 벼슬을 미련없이 버린 후 14년 동안 제자들과 온갖 고초를 무릅쓰고 위·송·조·정·진·채 등 여러 나라를 주유한다.

 

공자는 “예가 아니면 보지를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를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니라.” 하였다. 당시 노나라에서는 삼환이 권력을 기반으로 제후(왕)를 무시하고 폭정을 일삼는 예(禮)가 아닌 행동을 하였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삼환의 밑에서 정치를 하시기를 원하였고 짧은 기간이나마 공직 생활을 하셨다. 공자는 왜 삼환의 밑에서 공직 생활을 하였을까?

 

군자 화이부동(君子 和而不同)에서 和(화할 화, 서로 뜻이 맞아 사이좋은 상태)와 同(한가지 동)이 핵심 글자이다. 和는 禾(벼 화)와 口(입 구)로 구성되어 있다. 벼는 곧 밥이다. 화(和)는 밥을 나누는 행위이다. 고전을 읽을 때는 그 시대의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희미하게나마 주(周)의 종주권으로서의 명목을 지키던 시대를 지나 봉건적 질서가 파탄되어 많은 제후국들이 서로 패권을 잡기 위한 전쟁이 일상화되던 시대였다. 전쟁이 일상화되던 시대에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든다. 같이 식사를 한 사람은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감정이 무뎌진다.

 

언젠가 영화에서 조폭 두목이 부하들과 같이 밥을 먹으며 일장 연설을 한다. 식구(食口)라는 것은 밥을 같이 먹는 관계이기에 우리 모두는 식구라고 말한다. 밥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하여 동일시되기를 강요한다. 식구라는 것은 공감 능력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배고프던 시절이나 배부른 시절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을 나누는 것이다. 먹을 것을 나누는 관계, 그것이 화(和)이다. 내 것을 나눈다는 것은 내가 배가 고플 때 상대도 나에게 밥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 행위이다.

 

“우리가 남이가?”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서 부산의 초원복집에서 부산의 기관장들이 모여 지역감정을 일으켜 영남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만든 구호다. 영남 후보가 출마하였으니 영남은 하나가 되어 투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족, 지역, 동문, 모임 기타 인연을 맺었기에 우리는 하나(同)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동(同)의 논리에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와 같지 않으면 틀린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인간관계에서 화(和)보다는 동(同)을 요구한다. 나와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면 상대를 비난한다. 2023년 국민의 힘 전당대회 열기가 뜨겁다. 전당대회를 바라보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의 모임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인들의 모임에서는 하나 됨을 강요한다)이 생각난다.

 

어떤 모임이든 모임을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서로의 만남이 좋아 모였더라도 모임이 오래되고 인연이 깊어지면 모임의 주도권을 갖는 사람에 의해 서로 하나 되기를 강요받는다. 이솝우화의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서 백성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투명한 옷이 아름답다고 강요받는다. 백성들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때 누군가 진실을 말한다. 동(同)이 강요되는 세상에서는 진실이 은폐되어 진다. 최근 외교무대에서의 대통령의 언사에 대해 국민은 동(同)을 강요받는다. 권력과 정보가 소수에게 집중된 세상에서는 화(和)보다는 동(同)이 되기를 요구받는다.

 

예가 아니면 듣지를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공자는 왜 노나라에서 정치를 하였을까? 공자는 노나라 삼환과 같이 정치를 하지만 (和) 정치의 중심에는 백성이 있기에 삼환과 동(同)하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삼환이 하나(同)되기를 강요할 때 미련 없이 그들과 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33대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치열하다. 치과의사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높은 4분의 후보가 출마를 하셨다. 각 캠프에는 앞으로 치과계를 이끌 젊고 유능한 동료들이 활동하고 있다. 선거기간동안 캠프가 같지(同) 않았다고 하여 33대 집행부 임원을 구성할 때 배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재가 필요하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는 당선자가 되어야 한다. 33대 집행부를 구성할 때 다른 캠프의 유능한 인재를 함께 손잡고 현안이 복잡한 치과계를 풀어가는 화합(和合)의 당선인이 되었으면 한다.

 

기성세대는 목표를 지향하지만 지금의 MZ세대는 공감을 지향한다.(이동규 두 줄 칼럼)

君子和而不同을 이용하여 다시 써본다.

기성세대는 동(同)을 지향하지만 지금의 MZ세대는 화(和)를 지향한다.

화(和)는 상대와의 공감을 통해 상대에게 부족한 것을 나누는 배려하는 마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