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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의 품격

양영태 칼럼

이제 새로운 협회 집행부가 9일 탄생한다. 4명의 후보 중 누가 새로운 협회장이 되었는지는 회원들 입장에서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출마한 4명의 후보나 그 이전에 출마했던 여러 후보 모두 치과계를 위해 자신의 한 몸 희생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나왔으니 누가 되던 우리에게는 훌륭한 리더를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변하듯이 우리가 치과계 리더를 선출하는데 있어 과거와 다른 점은 예전에도 다소 마타도어들은 간혹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자신의 장점과 공약과 정책방향과 치과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확고한 포부를 선보이고 이에 대해 회원들의 선택을 받았으나 언젠가부터는 다른 후보들의 허점과 단점, 과거의 행적에 대한 비판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는 것이 갈수록 두드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과거에는 협회 회계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일이 없어 이를 두고 문제를 삼는 경우가 없었으나 지난 10여년 전부터는 툭하면 선거 전부터 항상 회계자료가 유출되어 진위와 상관없이 정략적으로 이용되거나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세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첫째는 외부유출 금지인 회계자료가 어떤 경로로 유출되었는가 하는 문제와 두 번째로는 이 자료에 의해 지적된 회계부정이 사실인가 하는 문제, 세 번째는 이 자료 내용에 대한 의혹의 진위여부가 왜 감사에 의해 걸러지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3가지 모두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이 중 가장 심각하게 보는 점은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감사의 역할이 매우 부실하기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다.

 

수년 전부터 일어나는 이러한 선거풍토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면 말고식 마타도어도 심각하지만 회계자료 유출로 인한 회계부정의 진위여부가 가려지기 전에 선거가 끝나는 점을 악용하여 일단 터뜨리고 보는 이런 선거 풍토는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물론 회계부정이 사실이라면 이를 터트린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감사의 영역이고 감사가 이러한 사실을 접했을 때 진상 규명을 재빨리 해 줌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을 줄여 주었어야 했다. 감사가 정치적인 영역으로 들어와 정략적인 감사를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최근의 선거풍토를 제외한다면 그동안 줄 곳 지켜봤지만 선거에서 선출된 협회장이 헛되이 일했다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이렇든 저렇든 선출하고 나면 치과계 현안해결에 매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일반 회원들은 위안을 삼을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굳이 상대방을 헐뜯는 수준으로 치닫는 현란한 선거전을 목도하면서까지 협회장 선출에 한 표를 던져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요즘의 선거전은 사실상 그다지 감동이 없고 선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십여년 전부터 치과계 선거는 노골적인 마타도어와 선동선전으로 멍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회원들의 오감을 자극시켜 상대 후보에 대한 분노를 자신의 표로 만드는 연금술사 같은 언행만 보였을 뿐 진정한 감동을 주는 철학은 어디에고 없었다.

 

이번에도 선거 막판에 들어서자 과거와 같은 선거행태들이 또다시 여기저기 선보였다. 이는 후보 당사자들에게는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한 달콤한 유혹이겠지만 그 결과로 남는 것은 치과계 분열이라는 점에서 볼 때 결코 끼워서는 안되는 ‘절대반지’를 탐욕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과 같았다.

 

필자가 치과계 선배로서 이러한 점들에 대해 염려하고 지적하는 이유는 이러한 선거 풍토가 정착화되면서 치과계는 서로 원수가 되고 갈갈이 찢겨져 갈등의 연쇄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선거철만 되면 매번 거짓선동의 마타도어나 공작 선거같은 선거전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져 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필자의 주장이 올드한 지는 모르겠으나 절대반지를 향한 눈먼 후보들의 욕망은 노쇠한(?) 선배의 충고조차 빛바랜 신문마냥 흙먼지에 너부러지게 만들고 있었다.

 

필자는 과거 몇몇 선배 협회장들이 보여왔듯이 적어도 치과계만은 정치권과는 궤를 달리하는 최고의 지성인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상대의 흠집에서 표를 얻기보다 자신의 철학과 치과계 미래를 향한 고민과 현안해결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표를 얻는 그런 선거를 고대한다. 그럼 과연 이번 선거는 이런 측면에서 몇 점짜리 선거였을까? 치과계의 품격이 살아있는 선거였는가, 아니면 그 반대였는가.

우리는 선거 결과에 대한 말초적인 흥미보다 그 과정의 아름다움에서 치과계의 품격과 희망을 얻고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