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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W.A.Mozart)급 천재에게도 교과서가 필요할까? - 교과서 Texts Manuals Instructions의 필요성

Relay Essay 제2545번째

어릴 때부터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 ‘교과서에 충실해라. 교과서에 다 있다.’ 과연 그럴까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다. 교과서 안에 다 있다. 매일매일의 치과 임상에서도 이 고리타분(?)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오래된 명제는 계속 뇌리에 각인되어 매 순간 떠오르고 따라다닌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또는 자주 기본적인 것만 적혀 있는 듯한 교과서를 홀대하기도 한다. 뭔가 교과서 외에 더 좋은 것이 있을 거 같고, 왠지 교과서는 빈약해 보이기까지 해서 실제 적용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 편견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뭔가 더 있어 보이고 화려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걸 찾는다.

 

시간을 가로질러, 단기간에 어느 단계까지 오를 수 있는 비법서나 속성본을 찾기도 한다. 이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교과서는 따분하기도 하고 또 적혀 있는 그대로 하기엔 꽤 긴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기본기 습득 없이 보다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까? 어찌 운 좋게 얻어 걸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 그렇게 얻어낸 것들은 언젠가는 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다. 교과서가 있어야 기본(Basic knowledges & skills)과 원칙(Principles)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그래야 쉽게 무너지지 않고 계속 발전하며 또한 지속될 수 있다. 의료를 포함해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인데 그중 음악, 운동 분야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본다.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1. Ragtime Jazz Piano

20세기 초 미국. 음악 정규 교육을 받아 본 적 없는, 악보도 볼 줄 모르는, 흑인 재즈피아니스트는 특히 반음, 검은 건반의 능수능란함, 클래시컬 뮤직 전공자들에겐 어색하고 엇나간 듯 들리는 불협화음과 엇박자, 리듬 등을 매력적으로 어울리게 연주한다. 이는 그냥 타고난 것에 가깝다. 그런데, 타고난 천재급이 아닌 수재, 영재, 일반인들에게, 교과서(음악 교본, 악보 등)가 없다면, 이들에게 무슨 수로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악기 연주나 이론 등을 가르칠 수 있을까? 혹여 그 흑인 피아니스트처럼, 그냥 하다 보면 될까? 그냥 될 때까지 하다 보면 어느 정도까진 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기 어렵다. 그의 연주 동영상이나 실연을 아무리 보고 따라 하고, 반복한다 해도, 기본기 및 Basic skills 없인 백날 해도 소용없다.

 

2. Tennis

로저 페더러는 스윙 폼의 교과서다. 서브, 스트로크(특히 백핸드), 발리까지 모두 훌륭하다. (라파엘 나달, 메드베데프 모두 타고난 선수이지만, 누구나 보고 따라해야 하는 정석 스윙 폼은 아닌 것 같다. 노박 조코비치의 스윙 폼도 군더더기 없지만, 로저 페더러의 그것이 더 좋다.)

 

물론 교과서가 다는 아니겠지만, 로저 페더러의 동영상 및 시합을 거의 매일 보고 따라 한다고 그처럼 스윙할 수 있을까? 매일 그를 붙잡고 주야장천 연습할 수도 없지 않은가?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기본기 없인 연습조차 순조롭게 안 될 것이며, 그의 공을 제대로 받아넘길 수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로저 페더러 그 자신도 공이 잘 안 맞을 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간다. 그의 전담 코치가 그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조언한다. 그 코치가 로저 페더러보다 실전 시합 능력이 뛰어나서 그를 가르치는 건 아닐 것이다. 무결점의 로저 페더러도 공이 생각대로 안 맞을 땐, 테니스 교본을 다시 펼칠 것 같다.

 

3. Guitar 연주

복싱이나 드럼을 배울 때, 처음부터 바로 샌드백이나 드럼 북을 치려 한다면 그냥 취미 수준으로 즐기는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마치 ‘자뻑 아마추어’의 기타 후려치기처럼. 아마추어 수준이라도 복싱이나 드럼을 제대로 배워 어느 단계 이상 오르고 싶은 분들에겐, 일정 기간(최소 3~6개월) 줄넘기와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등 기본 체력 단련을 시키거나 메트로놈을 켜놓고 스틱과 패드만으로 기본 리듬 및 박자 연습을 지겹도록(?) 시킨다고 한다. (물론, 이것들은 프로페셔널이 되어도 계속해야 하는 루틴들이지만) 기타 연주도 마찬가지이다. 기본기 없이 바로 화려한(?) 연주에 돌입하면, 즐길 수는 있어도, 어느 단계 이상 올라가기가 무척 어렵다. (이는 치료 임상 술식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즉,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 어렵다. 속주도 또박또박 한 음씩, 한 치 오차 없이 연결되어야, 물 흐르듯 또랑또랑, 명쾌하고 예쁜 소리가 난다. 기본기가 덜 된 연주는 녹음해보면, 소리를 크게 하면 할수록, 손발이 오그라들게 된다. ‘자뻑’임을 알게 된다. 대충 즐기면서 할 거면 샌드백이나 드럼 북을 바로 쳐도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 ‘넘사벽’이 되고 싶다면, 단내나는 노력으로, 교과서(Texts Manuals Instructions)대로, 오랜 기간 인내하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 누가 뭐라고 하든.

 

누구나 모차르트가 될 순 없다. 설사 된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적어도 한 번은 배워야 한다. 타고난 천재성(Talents)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기를 무시하다간, 예상치 못한 곤욕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끝으로, 평범한 이들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님(God)이 부여한 타고난 능력을 인간의 힘으로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때론, 기본기와 원칙을 불철주야 연마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에 준하는, 어쩌면 그보다 더 나은 능력을 하나님께서 부어주실 줄을 그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교과서(Texts Manuals Instructions)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