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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Relay Essay 제2546번째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관성’이 있었다. 나에게 공부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해야 했던 자연스러운 노력이었고, 그 덕분에 고등학교 3학년 겨울에 서울대학교 공대 합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꿈과 직업 가치관은 공부만으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대학교 입학 후에 알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나는 고등학교 때의 관성을 버리지 못한 채 열심히 학업에 매진했고, 내가 받았던 대학교 합격증처럼 대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에는 취업 또는 그에 준하는 적당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학 시절을 보내다가 입대를 했다. 그리고 복무 기간동안 나의 가치관과 그에 맞는 삶의 목표를 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들을 맞았다.

 

부대 내에서 상담병사라는 직책을 맡았다. 같이 생활했던 많은 선임, 동기들은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습이 좋다고 했고, 나도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했기 때문에 그 직책에 선뜻 자원했다. 당시 각 부대의 상담병사들은 주기적으로 큰 부대에 가서 동료 병사들에 대한 상담방법이나 심리평가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여기에서 배웠던 나름 체계적인 방법들을 염두에 두며 나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내가 배우고 기획한 것을 바탕으로 부대의 분위기를 좋게 변화시킨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복무 중 휴가 기간 동안에는 아침마다 동네 장애인교육센터에서 배식 및 활동 보조를 도울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 계신 분들이 원하는 음식을 쉽게 먹지 못하고 이후로도 자발적인 구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그들을 보조해주면서 이런 상황에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봉사를 하면서 내가 있는 시간만큼은 그 분들께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곳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께 여쭤보며 노력했고, 마지막에는 맛있는 밥을 먹고 웃음을 짓는 그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군 복무 중에 했던 이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속한 곳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 과정에서 나의 노력이 누군가의 삶을 행복하게 바꾸는 모습을 보는 것이 뿌듯하고 행복했다.

 

공대에서의 공부도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던 나에게 잘 맞았지만, 수십 년 남은 인생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으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치의학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삼아 남은 학부 시절을 열심히 보냈다. 지금은 합격 후 본과 2학년을 다니고 있으며, 이 곳에서도 학생회장 및 전치련의 의장직을 맡아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위해 일하고 봉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여전히 나에게는 열심히 공부하는 관성이 있다. 그리고 그 관성 덕분에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본과의 공부와 실습도 열심히 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현재의 나에게는 이 관성이 향하는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의 ‘어떤’에 대해 이제는 답할 수 있고, 그것을 위한 나의 공부를 비롯한 다른 노력들의 가치를 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앞으로의 내 공부는 환자들에게 공감하며 그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주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싶다. 나는 치과대학에서의 공부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