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보는 일을 포함하여 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 보면 모든 업무의 기본은 ‘보고’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체가 누가 되었던 간에 업무적인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은 ‘보고’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보고’를 받기도 한다. 개인적인 부족한 의견일수도 있으나 서로 지켜졌으면 하는 몇몇 사항을 아쉬운 마음과 기대를 담아 그려본다.
 

첫째, 결과를 ‘보고’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과정’의 보고이다. ‘보고’의 사전적 의미는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림”으로 정의된다. 얼핏 누군가에게 ‘보고’한다고 하면 일의 결과만을 적절한 시기에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항상 일의 과정이 궁금하고 불안하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실무자가 일을 잘 진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일의 진행이 쉽지 않은 지 혹은 지시한 업무를 까먹고 아예 진행이 되고 있는지 등등 여러 상황 등으로 불안할 수 있다. 결과를 보고하기 전에 업무의 중간중간 적절한 방식으로 과정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 받는 사람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보고’가 가치 있는 ‘보고’이다.
 

둘째, 업무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일하되, ‘보고’는 제발 간략히 핵심만 전달하자. ‘보고’를 받는 위치의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에 시달리고 있고, 어떤 일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내가 고민하는 것보다 휠씬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보고’를 하면서 일을 이렇게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주저리주저리 하소연 하듯이 하는 방식은 절대 피해야 할 방식이다. ‘보고’는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프로세스인데 서로 피곤함만 가중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핵심을 정리해서 요약하여 보고하면 상급자는 적절한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할 것이다.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이런 질문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업무를 잘 장악하고 있는 것이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것이 내 몸값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보고’ 받는 사람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모르면 제발 모르겠다고 하자. 물론 제일 좋은 일은 모르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사람인지라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자. 이상한 이야기를 하거나 핑계를 대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서로에게 최악이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잘 모르겠으니 알아보고 언제까지 보고드리겠다”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보고’의 일부이다. 현재는 잘 모르겠으나 준비해서 특정 시점까지 보고하겠다라는 것이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차후 계획이다. 지금은 모르지만 내일까지 혹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라는 특정 시점을 반드시 제시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거라 옳은 길을 가든 그른 길을 가든 서로 믿는 사람들끼리 일어나는 것이다. 때로는 상급자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그 위치에서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쌓인 시간이 많고 신뢰관계가 깊을수록 상호간의 싱크로율은 높아질 것이다. 모든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는 않을 테니 때에 따라 보고의 말미에는 대안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대안이 있는 ‘보고’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보고’의 최종 가치를 만들어낸다.
 

‘보고’를 하는 입장에서는 ‘보고’를 받는 사람의 시선이 여간 신경 쓰이고 불편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불편한 시선에서 벗어나 적절한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지름길은 좋은 ‘보고’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 번 사납게 울리며 나를 힘들게 하던 카톡이 좋은 ‘보고’를 통해 신뢰가 형성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잠잠해지고 더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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