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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륙 중국 쇼핑몰, 불법 교정장치 피해 속출

교정용 브라켓 판매 건수 7000건 이상
전문 스캔 없이 투명 교정 장치도 판매
‘셀프 치아 교정’ 부추겨 환자 피해 발생

 


최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치과 교정 용품들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다 피해를 보는 사례까지 나타나 구강건강의 심대한 위협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해외 직구 앱 1위와 2위는 ‘○○익스프레스’, ‘○○MU’ 등 중국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다. 해당 앱들을 살펴보면 교정용 브라켓, 왁스, 치간 측정기 등 전문적인 장비·재료부터 장식용 교정 제품들까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교정용 브라켓의 경우 판매 건수가 7000건에 달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이를 활용한 셀프 교정을 시도하는 구매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진 투명 교정 장치 역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3~5개월에 한 번씩 강도를 높여 총 1~2년 동안 착용하는 인터넷판 투명 교정장치를 구매·사용했다가 문제가 된 이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환자를 진료했던 교정과 전문의 A 씨는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교정 제품을 샀다더라. 해당 제품을 1년 동안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탓에 교합이 엉망이 됐고 턱관절에도 문제가 엿보였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치료 기간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교정 치료는 초진은 물론, 이후 과정에서도 치과의사의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계획이 필요한 진료 항목이다. 비전문가에 의한 치료나 자가 치료가 이뤄질 시 효과를 볼 수 없을뿐더러 심각한 부작용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 씨는 “교정 치료의 경우 치아를 이동시키는 힘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며, 이는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계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환자가 이를 임의로 제어한다거나 비전문가에게 치료받을 시 되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명 교정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의 정확한 스캔을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에서 파는 교정 관련 제품들을 이용하다 문제가 커질 시 치료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며 “그 상태가 되면 더 고통스러울 거다. 호기심이 들더라도 인터넷에서 파는 교정 장치들을 사서 교정을 해본다거나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 현행 단속법 사실상 ‘무용지물’
문제는 이같이 구강건강을 위협하는 제품들의 범람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현행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수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징역 5년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교정 장비들은 이렇다 할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유통과정 역시 불분명해 이를 추적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으며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시 법적 책임 소재를 따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치과계 내부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제도가 있음에도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의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보다 실질적인 단속과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 개원 중인 B 씨는 “인터넷에서 파는 제품들을 사용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 결과를 보진 못했을 것”이라며 “인터넷 쇼핑이 유행하면서 우리 국민의 구강 건강을 위협하는 유사품들이 전보다 더 많이 퍼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를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이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행 의료기기법에서는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대체 또는 변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역시 의료기기로 보고 있는 만큼 치아 교정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달고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교정장치들도 의료기기에 속한다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