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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치과 ‘양날의 검’ 될 수도

소속감 고취 장점 뚜렷, 반면 체계 붕괴 단점도 커
업무 프로세스 점검·실무교육 등 직업의식 제고 필요

 

가족 같은 병원 분위기가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조언이 있어 주목된다.


개원 5년 차인 A 원장의 병원 운영 철학은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A 원장 본인이 경직된 분위기를 원치 않았기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키워드였고,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높이고 구인난을 타파할 나름의 비책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5년 동안 직원들과 워크숍, 여행, 회식 등으로 교류에 힘써왔다. 그 결과 병원 구성원 모두가 마치 ‘가족’처럼 가까워진 것은 물론, 원내 분위기도 다른 병원들보다 부드러웠다. 또 개원부터 함께한 직원 4명의 근속이 이어지자 구인난에 시달리던 주변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A 원장은 최근 직원들과 대면하는 것이 불편하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한편으론 그 탓에 병원 경영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실무 문제 유대감 깰까 지적 못 해
A 원장은 “너무 가깝게 지낸 탓인지 언젠가부터 직원들 간의 업무 떠넘기기가 잦아졌다. 처음에야 서로 일을 돕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누가 뭘 담당했는지 원장인 나도 헷갈릴 정도다. 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탄했다.


특히 단순히 업무를 공유하는 차원이 아닌 직원들 간의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거나 업무 외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해 감정이 상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병원 내 친근한 분위기가 환자들을 대할 때도 불쑥불쑥 튀어나와 신환 모집에 있어 응대에 소홀하다는 컴플레인이 걸린 적도 여러 번.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문제가 잦아지고 있는데도 그간 A 원장이 쌓아왔던 관계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피드백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A 원장은 “직원들과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지내와서인지 괜히 지적했다가 감정이 상하게 될까 부담스럽다. 일전에 한 직원과 업무 이야기를 나누다 언쟁이 생겼는데 한동안 인사도 안 하더라.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어째 용두사미로 흘러가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 “직장은 직장” 업무 체계 확립 중요
이에 인사 관리 전문가는 지나친 친밀감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직장 내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 컨설팅 전문가는 “요즘 구직 사이트를 보면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장점으로 내건 병원이 많다. 이는 소속감이나 공동체 의식, 친밀감을 높이는 데 장점이지만 직장은 엄연히 직장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만약 거리감 조절에 실패해 실무에 지장이 생긴다면 직장 내 체계를 재점검하고 재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공사를 구분하라’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닌 회의를 통한 업무 공유, 직원들 간의 업무 범위 확립 등 구체적인 실무 프로세스를 재점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의료 현장의 경우 직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관련 실무 교육이나 학술 교육 등을 동반, 직업의식을 제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애초에 ‘가족 같은’이라는 말을 구직자들이 좋게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체계적이고 잘 관리되는 조직에서의 유대가 더 건강할 때가 많다”며 “직원이 병원에 머물며 스스로 발전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내세우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 분위기는 선행되는 게 아니라 건강한 조직에 뒤따라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