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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덤핑 치과 ‘줄도산’ 박리다매 한계 수면 위로

J치과병원 이어 I치과도 폐업…피해액 수억원대 추산
과당경쟁·높은 임대료 등 매출 한계로 치과 운영 불가
불법 마케팅·유지관리 소홀 악순환 폐업 봇물 우려도

 

“얼마 전 큰 치과가 돌연 폐업 후 잠적해 환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들었는데, 저도 당할 줄은 몰랐어요.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사기를 치면, 앞으로 치과에 뭘 믿고 제 몸을 맡깁니까?”


최근 ‘먹튀’ 폐업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J치과병원에 이어, 또다시 서울 강남에서 싼 값의 임플란트 진료비를 내걸고 운영하던 치과가 갑작스레 폐업해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치과 경영 전문가는 이 같은 줄도산 현상에 대해 “해당 치과들의 ‘박리다매’ 운영 방식으로는 치과 경영의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 특히, 서울 강남과 같이 제반 경비가 높은 지역에서는 기간이 지속될수록 마이너스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장점을 백분 활용하지 못하고 가격 경쟁으로 간 말로”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J치과병원 대표원장이 지난 5월 31일 잠적한 데 이어, 인근 I치과의원이 지난 6월 1일 돌연 환자들에게 폐업 소식을 전했다. 지난 5일 I치과의원 현장에는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과 함께 피해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치과 피해 본 분들은 서초경찰서로 가 달라’, ‘폐업으로 피해 본 분들 인스타 또는 오픈 카톡에 I치과를 검색해달라’ 등의 메모가 문에 붙어있었다.


현재 피해자들은 서초경찰서에 해당 치과 원장을 사기, 횡령 등으로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피해자 모임 카톡의 방장과 민사소송을 맡은 법인에 따르면 I치과 피해자 수는 300여 명, 피해액은 2억 원에 이른다. 해당 치과는 폐업 직전까지도 ‘임플란트 45 이벤트, 전화나 문자 주면 순차적으로 상담 도와드리겠습니다’ 등 저수가 치과들이 전형적으로 펼치는 위법성 마케팅 문자를 환자들에게 보내왔으며, 이후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레 폐업했다.


한 피해자는 “내 SNS 계정에 교정 광고가 계속해 뜨길래 처음에는 지나치다 최근 이벤트에 혹해 치과에 가서 교정기 부착 치료를 받았다가 이 사달이 났다. 치과만 믿고 어금니도 두 개나 발치한 상태인데, 이대로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나를 포함한 다른 피해자들도 이젠 치과 자체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탄식했다.


이와 관련 I치과의원 원장은 지난 10일 사과문을 통해 “환자들의 진행 상태 및 진료비 수납내역에 대해 파악하고, 환자들을 최대한 자체적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이도 어려운 이들은 기준을 정해 다른 치과에 연계해 진료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이제 시작일 뿐…피해 더 늘어날 듯”
최근 벌어진 치과 줄폐업 사건을 두고, 경영 전문가는 “치과병의원의 경우 입지와 규모에 따른 매출 증대 상한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저수가 박리다매 경영을 할 경우, 병원 운영이 장기화될수록 늘어난 환자 수에 비해 이익은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구조가 된다. 결국엔 폐업이라는 참혹한 말로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 폐업한 J치과병원의 경우, 매월 최소 2억 원 이상의 매출이 나와야 월세와 인건비 등 경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과 같이 고정경비 지출이 증가하고 과당경쟁은 더 심해져 가는 지역에서 이전만큼의 매출을 올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발표된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자료를 분석하면, 지난 2022년 월매출 2억 원 이상을 기록한 치과의원은 전국 5% 이내일 정도로 소수다. 특히 치과병원의 경우 치과의원에 비해 고정비가 많이 드는 만큼, 환자를 늘려야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박리다매 경영방식으로는 끝까지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덤핑 치과가 주력하고 있는 임플란트 시술의 경우 시술량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려 할수록 사업자에게 불리한 구조가 된다는 것. 임플란트 시술 수 증대에 따라 함께 증가하는 환자 유지·관리 문제, 절대적인 진료시간 증대의 어려움, 인력 관리 문제 증가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치과 경영 전문가 강익제 원장(NY치과의원)은 “덤핑 치과들은 광고에 임플란트 39만 원, 전체 임플란트 390만 원 등 자극적인 문구를 담는다. 결국, 박리다매를 위해서는 불법 마케팅이나 사무장 치과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덤핑치과의 경우 임플란트 시술을 도전적으로 하게 되는 과정에서 실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4~5년이 지나 본격적으로 A/S가 발생하는 시점이 오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 임상가들의 중론이다. 이를 버티지 못하면 결국 폐업하거나, 덤핑 치과를 누군가에게 넘기고 사라진다. 실제로 J치과병원의 경우 페이닥터 및 치과 직원 다수 인건비, 재료비, 800만 원이 넘는 월 임대료 등 주요 경비가 많이 지출됐지만, 이를 충당하지 못해 폐업했다.


더 큰 문제는 이제 겨우 덤핑 치과 폐업 사태의 봇물이 터졌다는 것. 30~40만 원대까지 표방한 덤핑 치과들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박리다매 과당경쟁에서 패배한 치과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른 환자 피해도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치협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광고 심의를 강화하는 한편, 의료법 위반 치과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징계권이 없어 피해 예방이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 치과에 대한 치협의 제재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