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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불면과 구강질환의 상관관계; 악순환과 전신질환 위험 가중

시론

이번 추석명절 전후 8박 10일 여정으로 미국 서부 4개주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유타, 네바다를 다녀왔다. 그곳의 운석공, 캐년, 빙하 지형 등을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보는 여정이었다. 문제는 시차(jet lag)에도 불구하고 도착 즉시 진행된 3600km의 장거리 버스 투어와 여러 숙소를 옮겨 다녀야 했기에 여정 기간 내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평소 숙면하는 필자로서는 밤에 잠들지 못하고 뜬 눈으로 지샌 이번 여정의 밤이 마치 황진이의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처럼 느껴졌고, 그로기(groggy) 전신상태로 인해 새삼 ‘잠이 보약’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노인의 구강질환 문제를 영양과 근력 관점 외에 불면(insomnia)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고심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에 노인의 불면과 구강질환의 상관관계 그리고 악순환으로 인한 전신질환 위험 가중 문제에 대해 약술해 보고자 한다. 


노인 불면: 구강질환 악화 요인
사람은 평균 7~9 시간 잔다. 하지만 국내 노인의 반 이상이 수면시간 감소는 물론 수면의 질이 나쁜 불면을 호소하고 있다. 불면이란 3개월 이상 1주일에 3회 이상 쉽게 잠들지 못해(37%) 아예 뜬눈으로 지새우거나(매일 11.7%, 간헐적 14.8%), 잠에 들어가도 중도에 자주 깨거나(29%), 너무 일찍 깨는(20%) 경우를 말한다(비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인용). 노인에서 불면은 타액분비 감소에 따른 심한 구강건조와 구강작열감의 발병률(2.56-2.89배)을 높인다. 이러한 구강건조는 단순한 수분 부족 상태가 아닌 주로 고혈압, 당뇨병 등 전신질환 치료제의 복합 투약에 의해서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불면 노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인 쉐그렌증후군의 증상으로 심한 구강건조가 나타나기도 하다. 특히 밤 중에 자주 깨게 되면 Night Eating Syndrome과 같은 나쁜 구강습관으로 구강위생관리가 어려워지며, 또 피로 누적에 따른 전신 면역기능의 감소로 치주질환과 구강감염이 빈발하기도 한다. 이것이 만성 불면 노인에서 치주질환의 유병률이 현저히 증가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치주질환 유병률은 7시간의 정상 수면에서는 28.1%인 데 비해 5시간 이하일 때 34.4%로 증가되는 것을 볼 때 수면시간 감소와도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정상 수면에도 밤에 최소 2회 이상 소변을 보는 여성에서 심한 치주염이 유의미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불면이 여성의 심한 치주염 진행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노인에서 불면 예방이 그들의 구강질환 진행을 예방 혹은 지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생체시계에 맞춘 일관된 수면 스케줄 관리와 함께 다음과 같은 수면환경관리가 필요하다. 매일 규칙적인 운동, 수면 전에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 과식 및 낮잠을 피하고, 따뜻한 목욕과 독서, 조용하면서도 적절한 조도와 습도 및 온도 유지, 편안한 침대와 매트리스 및 베게, melatonin 생성을 억제하는 휴대폰과 TV 등 스크린 불빛 노출 금지, 심호흡에 의한 스트레스 해소 등.


노인 구강질환: 불면 심화 결과 초래
노인의 반 이상에서 발견되는 치주질환은 구강내 염증질환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 전신의 만성질환처럼 다루어야 할 치과의 만성질환이다. 이러한 치주질환은 전세계적으로 노인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치주염 등의 만성염증과 구강감염은 미세 통증을 유발하고, 또 만성염증과 감염 부위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박동이 촉진되며, 순차적으로 부신(副腎)에서 아드레날린 분비가 더 증가되면서 미세각성 상태가 나타나게 된다. 이로 인해 수면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불면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에서 불안과 우울 등의 낮은 자존감은 물론 불면이 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러한 중등도 이상의 치주염은 당뇨병 노인에서 그들의 신체 내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신체 대사율을 촉진시켜 혈당 수치를 급격히 감소시킴에 따라 수면 방해 즉 불면을 초래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치과에 내원하는 노인에서 불면으로 인한 다음과 같은 행동 모습을 자세히 살펴서 치과 치료 시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즉 화를 잘 냄(과민), 잘 참지 못함(조바심), 하품을 자주 함, 동작(움직임)이 느림, 심지어 응접실에서 골아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또한 어떤 것에도 아무런 흥미를 보이지 않고, 눈에 초점도 없으며, 눈 주위로는 다크 서클이 존재하거나, 축 처진 얼굴 피부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마른 입술에 음식이 묻어 있기도 하고, 또 입 안이 심하게 말라 있는 데, 이는 물을 자주 마셔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의 적절한 구강환경관리가 불면 예방 즉 수면의 질 향상과 신체 스트레스 해소 및 자존감 회복에 중요하다. 적절한 구강위생관리, Drymunt, Xeromia 등 인공타액제와 입술 보습제 사용, 구강염증 예방 가글, 구강주변 근력강화 훈련 등.


노인 불면-구강질환 악순환: 전신질환 위험 가중
통상 잠은 얕은 1, 2단계와 깊은 3, 4단계의 수면주기를 대여섯 번 거쳐 완성된다. 이러한 적절한 수면주기의 정상 수면은 심신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시키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짜증과 신경 과민, 우울과 불안은 물론 피로 누적에 따른 만성 피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각종 만성염증과 감염에 대한 몸의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이유이다. 특히 불면에서는 수면시간의 감소보다는 수면의 질적 저하에 의한 수면효율 감소가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노인에서 여러 전신질환 치료를 위해 복용중인 다약제들이 미세각성은 물론 수면단계 변화 즉 수면과 각성의 생체리듬에 변화를 일으켜 수면효율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인의 불면이 만성 치주염과 구강감염 등 구강질환을 악화시키고 반대로 구강의 만성염증과 감염 등의 구강질환이 또 불면을 더 심화 시킨다.

 

다시 말해 불면 노인에서는 구강불결, 심한 구강건조, 치주염 등의 구강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반면에 구강질환이 노인의 불면 정도를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등의 불면-구강질환의 악순환에 의해 신경정신질환이나 내·외과질환의 발병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오랜 기간 수면제를 복용하는 만성 불면 노인에서 그들의 일상생활활동(ADL, IADL)에 심한 제약이 나타나 구강불결과 구강질환이 더 악화되기에 이로 인한 주간 졸림,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 및 섬망 등의 발병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이다. 특히 숙면 시 배출되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불면 시 뇌에 축적되고 또 치주염과 구강감염 등에 의한 치아상실이 많을수록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아 노인 불면-구강질환의 악순환이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등의 퇴행성 뇌병변의 발생 위험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추론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노인의 불면과 구강질환의 악순환이 그들의 신경정신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및 치매 발생 위험을 가중시킴을 알 수 있다. 만성질환관리사업이나 치매지원센터의 선별 문항에 수면 관련 구강평가 항목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