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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의 막장 (Terrible Tariff)

임철중 칼럼

겁 많은 염소도 사람 손바닥 위의 소금을 망설이지 않고 핥는다. 염분이 없으면 몸 안의 흡수 현상 즉 생명과정이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열량을 공급하는 고랭지의 감자와 바닷가 염전에서 거둔 소금을 바꿔 먹는 것이 유통의 첫걸음이었다. 따라서 유통이란 물의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기처럼 위치에너지를 극대화한 생산업이다.


등짐 멘 보부상은 산 넘고 물 건너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위치에너지를 팔아 먹고 살며 당시의 알량한 GNP 성장에 기여했을 것이다. 조선조 후반기의 생산성 추락은 신분서열을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못 박은 유교 탈레반 탓이요, 문명의 선두주자 청나라 몰락의 원인도, 수구적 중화사상에 절어 무역 결제를 은(銀)에 국한 한 소국-쇄국주의로서, 모두가 물류유통을 얕본 업보다. 수출주도 성장으로 방향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이, 항만관리의 경험을 살려 고속도로 건설에 매달린 이유이며, 그렇게 깊은 뜻에 무지했던 DJ와 YS는 결사반대를 한 것이다. 보부상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무엇이었을까?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산에 들어가 행인을 터는 산적들이었다.


폭력에는 폭력, 절대 폭력인 국가가 나서서 산적을 토벌하는데, 본시 군사력이란 매우 값비싼 장치라서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 단, 보호비가 통행료보다 비싸다면(Protection Vs. Passage Money),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제의 역주행이 된다.

 

경제력이 취약한 중세 유럽 군주는, 교역의 나들목인 변경을 관리할 군사력이 모자라니까 귀족제도를 이용, 지방 토호를 포섭한다. 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 중에서 공작은 왕족이요 후작은 왕가의 인척이며, 평민에게는 백작까지 주고, 산적이나 다름없이 통과 세를 뜯어먹던 변경 두목에게는 남작이 미끼다.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오페레타 집시 남작(Gypsy Baron)은, 오스트리아와 오스만터키 간의 전쟁영웅으로, 미천한 집시가 작위까지 받는다는 줄거리다. 바다로 간 산적은 활동무대에 따라서 이름은 다르지만(Arabia-Corsair Carib-Buccaneer Atlantic-Pirate), 목숨까지 포함 무자비한 통행세를 뜯어낸다. 그래도 급할 때는 해군으로 편입되어 공을 세우면 벼슬도 받았다. 마무리는 대략 허무하게 끝나지만... 트럼프가 금쪽같은 막내이자 멜라니아의 외동아들 이름을 Barron이라 지은 걸 보면, 하류 속물근성(Snobbism)이 가엾다.


트럼프는 갈데없는 ‘따라 쟁이(copy cat)’다. 2016년부터 써먹은 선거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는 레이건의 작품이다.


기관폐쇄·대량해고·무자비한 공무원 해고는, 취임 첫해 1만3000여명을 재취업 없이 파면하여 항공 관제사 파업을 분쇄한 사건의 데자뷔다. 선거유세 도중 암살을 모면한 순간, 1981년 레이건의 저격이 떠올라, 내심 “이번 선거는 필승!”이라며 쾌재를 불렀으리라. ‘별들의 전쟁’ 블러핑으로 소련 연방의 해체에 이어 동구권 연쇄혁명을 불러온 것, 그리고 만성 재정적자를 해소하려고 독일·일본의 팔목을 비틀어 마르크·엔화 환율을 끌어올린 플라자 협정(1985)과 유사한 수법을, 중국은 물론이요 전통적인 우방국에게도 써먹으려 한다. 트럼프 주변엔 레이건을 곁에서 받쳐주었던 영국 대처수상 대신, 푸틴 김정은 네탄야후 등등 어두운 그림자만 어른거린다. 미국 경제력이 유럽대륙을 따라잡은 것은 남북전쟁 직후인데 당시는 피차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일차대전 참전으로 ‘고립주의’를 벗어나면서 비로소 실감한다. 이차대전 때 세계의 병참기지 및 연합군 주력으로서,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자, 부동의 리더이자 세계평화의 보안관이 되었으니, 인디언·독립·남북전쟁을 위시하여 미국은 실로 전쟁으로 성장한 나라다.

 

60년대에 리더스다이제스트에 미군병사 유지비가 대만 군인의 25배라는 기사가 실렸다. 팍스아메리카나를 통하여 미 국민들은 그야말로 선민(選民)으로 산 것이다.


플라자 협정 전에 미 재무부는 일본에 시비를 걸었다. 간접관세장벽 제거를 명분으로, 사회 인프라에 더 투자하라 국민 복지서비스를 높여라 등등 내정간섭 끝에, 결국은 엔화절상을 실현시킨 것이다. 퓨리턴의 근검절약과 불굴의 개척정신과 피땀으로 물든 건국정신이, 풍요의 나날 속에 ‘근로의욕 쇠퇴와 비싼 임금’으로 추락해버린 국내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교역 상대방을 더러운 나라(Dirty 15) 또는 외국의 무역사기꾼이라고 비난한다. 지난 4월 2일에는 미국 해방일이라며 평균 25%가 넘는 상호관세의 구체적 부과방안을 발표하였다. 산적이나 해적에 다름없는 약탈적(Plundering) 통과세다. 이런 낯 뜨거운 험구(險口)와 거짓투성이 숫자 인용이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적반하장이다. 위대한 마가(MAGA)가 아니라 욕심(Greed) G자 하나가 더 붙어 ‘막가’고 있다. 관세폭탄은 미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I & R (Inflation & Recession)의 구덩이로 끌고 들어갈 것이다. 세계를 제패한 로마와 소수 민족으로서 천하를 호령한 몽골의 공통점은, 단돈 1%의 관세율로 전 제국의 유통을 안전하게 보장한 것이다. 사치품에는 5%였다던가? 유통의 혈류가 너무 짜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관세의 막장이요 역사의 역주행이 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앞서, “위대함이란 무엇인가”부터 공부해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