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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의 시대에서 회복력의 시대로

하상윤 칼럼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첨단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SMC는 최근 몇 년간 공급망 및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목적으로 일본, 독일, 미국 등의 해외에 생산 공장을 설립해왔습니다.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대만에서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지진이라든지, 중국과의 전쟁 등으로 큰 타격을 받았을 때 빠른 회복력을 위한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미래에 일어날 변수나 변화에 대한 능동적이고 적극적 대응이죠.


미래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도 변화에 대한 적응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미래를 이끌 수 있습니다.


“엔트로피 법칙” “노동의 종말” 등 많은 저서를 통하여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써왔던 “제러미 리프킨”이라는 유명한 미래학자도 그의 저서 “회복력시대”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의 시대로부터, 적응력과 회복력의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습니다.


일례로 항상 효율성이란 잣대로, 싼 곳을 향해 제조중심을 후진국으로 옮겼던 미국은 코로나 사태동안 의약품 및 위생품의 부족을 겪었습니다.


식음료나 의약품 등 국가 생활에 필수적인 산업은 효율성 측면 뿐만 아니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플랜B나 플랜C를 통해 빠른 회복력이 필요하다는 걸 뼈아프게 절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혼란으로 회복불능의 사태가 될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우리를 지구상의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끌고 있다는 경고가 최근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효율성만 중시한 자연의 대가라 생각합니다.


효율성은 중복과 반복을 제거해 속도와 최적화를 꾀하는데 있습니다.
이러한 효율성이 우리 지구의 회복력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토론토 대학의 로트먼 경영대학원 학장이던 로저 마틴은 사업기회를 수반하는 기술혁신이 시작될 때 초기의 선두주자들이 모든 잠재력 가치사슬에 걸쳐 효용성을 높이고 그것을 수직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창출함으로써 부상하는 시장 잠재력에 대한 통제권을 신속하게 강화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선두주자이자 시장의 리더가 되는 일은 정상을 향해 돌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외부 효과가 따른다는 것이죠. 아몬드 시장을 예로 들었는데요. 전세계 아몬드 시장의 80프로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센트럴밸리”는 아몬드재배의 최적지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상적인 기후조건을 이유로 아몬드 생산을 한곳에 집중한 것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가 있습니다. 최고의 효율성을 추구했던 것이 치명적인 회복불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유난히 물을 많이 먹는 아몬드 한 알을 생산하는데 물이 4리터 가까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몬드 나무 전체를 생각하면 해마다 캘리포니아에서 농업용수 중 거의 10퍼센트가 센트럴 밸리에 있는 아몬드 나무의 용수로 들어갑니다.


기후 변화탓에 한때 비옥하던 센트럴밸리가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으로 바뀌어 가면서, 아몬드 과수원을 하기에 아주 효율적인 장소라는 조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전세계 아몬드 소비량의 80퍼센트를 한 지역에서 생산한 단기적 효율성은 업계가 생각지도 못했던 환경적 위협에 처한 상황이 된 것이죠.


최고의 효율성이 최악의 회복력이 된 것입니다.


주식 투자 격언 중에 달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같이 한 바구니에 아몬드를 담는 것이 효율적이기는 해도 미래의 알 수 없는 위협에 대해 회복력이 부족하리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의 이행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판매자-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로, 선형 프로세스에서 인공두뇌 프로세스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중앙집중형 가치 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거대 복합기업에서 유동적인 공유로 블록체인을 형성하고 민첩한 첨단기술 중소기업으로, 지식재산권에서 오픈소스 지식공유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로, 부정적인 외부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의 전환을 포함한 경제 및 사회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일어난다고 제러미 리프킨은 설명합니다.


경제 활동의 속도와 최적화를 위해 중복과 반복을 제거하는 효율성에 비해서, 회복력의 핵심은 중복성과 다양성입니다. 효율성은 시간적 가치이지만 생산성은 투입물, 특히 기술과 그것이 동반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실무에 따른 투입물을 통해 만들어진 산출물의 단순한 비율입니다.


효율성과 생산성은 둘 다 단선적인 과정으로 생산과 시장 거래에 시간적 제한이 있으며 상품이 교환되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부작용 등 그 이후에 대해서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효율성과 생산성의 증대만 있을 뿐이죠.


회복력과 적응력이 배제된, 효율성만 추구를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보는 격이죠.


우리 치과계도 당장의 수익성과 효율성만 추구하고 사후의 부작용이나 관리는 뒷전인 덤핑 치과나, 임플란트 일변도의 단기적인 수익만 추구하는 비즈니스 일변도보다, 치료의 근간이 되는 치주치료나 근관치료가 향후 어려운 상황에서 치과계의 회복력에 큰 기여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효율성만 중시하는 산업문명은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을 통하여 수많은 생물종의 멸종과 생태계 파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복이 아니라 적응의 패러다임이 이 어려운 기후 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기후, 환경 문제는 기업의 생존문제가 아니라 세계인류의 생존 문제이니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