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의 보편화가 치과계 성장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경쟁과 저수가 치과의 난립으로 임플란트 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것도 뼈아픈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임플란트에만 의존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에 본지는 임플란트 외 현재 치과계에서 의미 있게 행해지고 있는 진료 현장을 돌아보며 트렌드를 짚고,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울의 한 교정과 치과. 여중생이 진료 대기실에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직장인 여성이, 또 그 옆에는 60대 남성이 진료를 기다리는 중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환자들이 모두 교정 치료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풍경.
그들이 앉아 있는 대기실 옆에는 기존 브라켓 교정을 소개하는 홍보물 외에도 투명 교정 장치 모형이 진열돼 있고, 각종 첨단 장비를 소개하는 배너도 세워져 있다. 심지어 교정 치료 전·후를 예측해 이미지로 제공해주는 장치도 눈에 띈다.
이처럼 최근 교정 치과의 모습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교정 치료를 위해 치과를 찾는 환자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는가 하면 치과 역시 기존 브라켓 교정과 더불어 최첨단 장비와 재료 등을 도입해 환자 니즈에 맞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화두에 오른 건 단연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투명 교정이다. 디지털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투명 교정이 개원가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교정 치료는 더 이상 ‘철사와 브라켓의 시대’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다수의 치과가 구강스캐너, 교정 진단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등 치과 내 첨단 장비를 통해 진료 효율성과 교정 정확성을 높이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가의 체어 타임 역시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또 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환자별 케이스를 보다 정밀하게 살펴보고, 이에 맞는 치료 또한 환자에게 빠르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개원가에서는 병원 경영에 실질적 도움을 꿰차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변화에는 환자들의 니즈도 한몫했다. 과거 교정 치료의 경우 성장기 환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재교정, 성인 교정, 고령 환자 교정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또 기존 브라켓 교정 환자의 경우 심미적 장점과 탈착이 가능하다는 편의성을 이유로 투명 교정으로의 전환을 의뢰하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환자들은 구강 건강과 교합의 문제뿐 아니라 미용, 턱관절, 수면무호흡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정 치과에 내원한다. 이는 교정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은 줄고, 그 필요성은 높아졌으며 선택지는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정영욱 원장(상아교정치과)은 “환자들이 투명 교정 장치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실수요가 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또 최근 교정학회에서도 교정이 성장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닌 생애 전 주기에 필요한 진료라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인식이 동반된다면 교정 환자 창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재교정과 고령 환자 교정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홍경재 원장(보스톤클래식치과)은 “브라켓 교정을 하지 못하는 성인 환자 중에서 심미적 요인을 포함한 여러 이유로 투명 교정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증가했다”며 “앞으로 기술이 더욱더 발전하면 과거에 치료하기 어려웠던 교정 환자들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교정 치료 영역의 확장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치과계가 블루오션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턱관절 치료 전문성 갖춘 치과 ‘수직상승’
올해 6월 기준 5441개 치과 턱관절 치료 도입
스플린트·주사·물리치료 등 치료 방법도 다양
“입을 벌릴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있어요. 그 때문에 두통도 생기는 것 같고.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10대 환자가 입을 벌리며 고통스럽다는 듯 양쪽 턱을 매만지자 임상의가 엑스레이 사진을 신중히 들여다본다. 임상의는 턱관절 장애(TMD)가 무엇인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환자와 보호자는 이를 귀 기울여 경청한다.
이처럼 지난 몇 년 새 턱관절 및 저작근에 문제가 생겨 치과를 찾는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잘못된 생활 습관 등으로 우리나라 성인의 15%가량이 턱관절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턱관절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들은 가장 먼저 치과를 찾고 있다. 특히 과거 한의과나 정형외과를 찾던 풍토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갖춘 치과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환자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며 개원가에서도 이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치과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치협 보험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치과 병·의원 1만9162곳 중 턱관절 질환 치료를 위해 측두하악관절자극요법을 실시하는 기관은 모두 5441곳(28.3%)으로 확인됐다.
턱관절 질환으로 치과를 찾는 환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내원한다. 이를 악무는 습관이나 수면 중 이를 가는 습관 때문에 내원하기도 하며, 유전적으로 턱관절에 이상이 있는 환자도 치과를 찾는다. 또 두통과 현기증, 귀의 통증, 수면 장애 등으로 내원했다가 TMD 진단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치과에서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 중이다. 비급여 항목인 교합안정장치는 물론, 전방위치 교합장치, 턱관절 가동술과 같은 치료가 대표적으로 행해진다. 또 최근에는 저작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툴리눔 톡신 주사 치료, 난치성 만성 턱관절 통증장애 치료를 위한 턱관절 증식 치료, PDRN 재생 주사 요법, 레이저 치료, 턱관절 물리치료 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23년 3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고농도 포도당 증식제를 사용하는 턱관절부 증식 치료가 신의료기술로 고시, 개원가의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턱관절 장애 개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관련 앱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권태훈 원장(새한세이프치과)은 “턱관절 장애는 턱관절, 근신경계, 치아로 이뤄진 악안면 영역을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치과에서 치료해야 한다”며 “턱관절 장애 치료는 개원가에서 빼놓고 진료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교정 환자나 임플란트 환자도 턱관절 장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치아를 치료할 때도 턱관절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욱 원장(의정부 TMD치과)은 “최근 임플란트 외 상대적으로 관심이 저조했던 턱관절 질환 치료에 임상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원을 준비 중인 이들부터 기존 개원의들까지 관심이 커진 것 같다”며 “무한 경쟁으로 접어든 개원가에서 임플란트와 같은 특정 진료 과목에 국한되지 않고 진료 영역을 다각화해야 하는데 그중 치과의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시작해볼 수 있는 분야가 턱관절 치료”라고 밝혔다.
주치의제로 지속적 ‘신뢰’ 형성 환자 유입 효과
아동치과주치의시범사업 통해 지역 신환 창출
장애인치과주치의 참여 가산 수가 적용도 받아
서울에 있는 한 치과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여럿 앉아 있다. 소아치과도 아닌데 아이들이 몰려온 이유는 하나다. 해당 치과가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치과이기 때문이다.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해당 치과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여한 해당 사업이 의외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아이들의 진료가 끝났지만, 부모들은 돌아가지 않고 하나둘 체어에 눕는다. 해당 사업을 통해 초등학생 환자들만 유입된 것이 아닌 학생들의 가족들까지 전부 신환으로 유입되고 있던 것이다.
또 다른 치과의 경우는 장애인 진료를 보느라 손이 바쁘다. 장애인치과주치의 사업에 참여해 중증장애인과 뇌병변·정신 경증 장애인을 치료하고 있다. 진료를 보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해당 치과는 이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사명감도 있지만 지난해 확대된 장애인 처치·수술료 가산율로 적잖은 보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생각지도 않게 장애인 환자를 진료하는 치과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지며 최근 지역 사회로부터 감사패를 받는가 하면 입소문을 타고 신환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치과 경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받고 있다.
이처럼 주치의 제도는 사업 자체의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치과 개원가 차원에서는 신환 모집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또 지역 사회에 우리 치과를 홍보하는 전략으로도 삼을 만하다. 주치의제도의 핵심은 단발성 치료가 아닌 지속적 관리인 만큼 충성 환자 확보도 가능하다. 실제 주치의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은 이를 통해 만난 환자들이 쉽게 병원을 옮기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 대상자가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되고 장애인 진료와 관련한 수가 인상도 지속 논의되고 있는 만큼 관련 사업에 주의를 기울여 선제적으로 참여해보는 것이 병원 경영에 다방면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노인치과주치의제도의 필요성 또한 지속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주치의 제도의 연속성을 통해 생애 전 주기 주치의로 나아가는 전략을 세우는 것도 병원 운영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들려온다.
이재천 원장(CDC어린이치과)은 “지역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의 경우 환자를 치과에 계속 내원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또 신환 유입에 굉장히 유리한 것도 사실”이라며 “학령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 치과는 환자를 길게 보고 싶어 한다. 현재 행해지는 영유아 검진, 주치의 제도 등이 연속성 있게 이어져 생애 전주기 구강 관리가 이뤄진다면 환자 관리는 물론 병원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부경 과장(부산의료원 치과)은 “장애인 진료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수가 인상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보험 수가 300% 인상이라는 의미는 내가 환자에게 3배의 노력을 들여서 치료하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공공 진료 영역이 경영적인 이익도 줄 수 있는 사례”라며 “주치의도 계속하다 보면 환자가 계속 늘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한 명씩 환자를 늘려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악안면 영역 전문가’ 안면 미용 시술 관심 업
치아 치료 넘어 미용 영역에서도 전문성 발휘
보톡스·필러, 실 리프팅 시술 관련 세미나 활발
“치과에서 보톡스나 필러 시술이 가능한지 몰랐어요. 스케일링 받으러 갔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술받았는데 너무 만족해요.”
최근 치과에서 보툴리눔 톡신 주사와 필러 등을 시술받은 70대 환자가 만족스럽다는 듯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환자의 얼굴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생기가 돌고 있었다. 자글자글했던 주름은 온데간데없고 피부와 근육이 처지며 틀어졌던 입술은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 2016년 대법원에서 치과의사의 악안면 보톡스 시술과 레이저 시술 관련 판결이 나온 이래 치과 미용 술식에 대한 개원가의 관심도 늘었다. 치과 진료 영역 확장의 문을 여는 의미 있는 판결이었음에도 당시에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인식 개선도 부족했고 당시 개원가는 임플란트의 빠른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개원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보톡스와 필러, 실 리프팅 시술 관련 세미나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활발히 시행하는 치과도 속속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모습이다.
아울러 환자들의 인식도 변해가고 있다. 특히 안면 해부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수많은 임상 경험을 가진 치과의사가 악안면 영역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관련 부위에 행해지는 미용 술식 또한 치과를 찾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미용 술식을 하는 치과를 돌아보면 보툴리눔 톡신을 두경부 통증 치료 및 근육의 Activity 조작, 두경부 근육량 조절로 안모 형태 개선, 비대칭 안모 개선, 타액 양 조절 등에 활용하고, 필러 및 스킨부스터는 얼굴의 볼륨 조절, 안면 비대칭 개선, 상악골 및 하악골 후퇴 개선, 치은퇴축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실 리프팅의 경우 얼굴의 윤곽 재형성 및 피부의 질 개선, 노화된 얼굴의 전반적인 리프팅, 비대칭 얼굴의 균형, 볼륨 보강에 활용한다.
이는 치과가 단순히 치아만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나아가 ‘Total Facial Esthetics’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해외 치과계의 또 다른 트렌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개원가에서는 치과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미용 술식의 활성화와 안착에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정현수 원장(맨해튼치과)은 “앞으로 치과의사의 30%가량이 치과 미용 술식에 관심을 가져야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치과의사들은 이미 미용 술식을 할 수 있는 손을 가지고 있다. 미용 술식을 치과에서 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이점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또 다양하게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치과계 미용 술식의 안착을 위해 많은 임상가가 먼저 실력을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석초 원장(나비드치과)은 “다들 피부로 느끼겠지만 최근 임플란트 시장이 좋지 않아 개원가의 경영에도 극심한 어려움이 있다. 이에 치과계도 새로운 파이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미용 치과”라며 “이제는 치아만 치료하지 말고 얼굴까지 범위를 확대해 치료해야 한다. 그 당위성이 치과에는 이미 마련돼 있다. 미용 치과는 임플란트 수가 붕괴와 저수가 경쟁 시대에 치과 생존을 위한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