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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료법인 1인1개소법 위반’ 원심 파기 논란

형사 책임 명확 시 유죄 판단 취지 고법 환송
의료기관 중복 운영 우회로 될까 개원가 우려

의료법인의 경우 ‘1인1개소법’을 적용할 경우 명백한 위법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판례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하 1인1개소법) 위반과 관련 의료법인의 탈법성과 위법성 등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결과적으로 의료법인을 매개로 1인1개소법의 외곽을 허무는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대법원은 최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의료법인 명의로 의원, 치과의원 등을 개설해 운영하다가 1인1개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A원장이 모든 의료기관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 등의 지위에서 법인 명의로 개설된 다른 의료기관의 경영에 관해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고 해도 이같은 정황이 곧바로 1인1개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중복 운영했다고 평가하려면 해당 의료법인이 실질적 재산출연이 없어 실체가 없는 의료법인에 해당하거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형식만 갖춘 채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해 치과병원 운영을 적법한 것처럼 가장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현행 의료법이 의료인과 달리 의료법인에 대해서는 개설·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국가의 관리나 내부적 통제 등을 통해 영리추구 수단이 되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는 점을 재판부는 고려했다.


다만 이같은 판결이 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통해 모든 의료기관에 관여하는 행위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대법원은 의료법인이 실질 없이 껍데기로 악용되거나,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일탈해 재산이 부당 유출되는 등 탈법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여전히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제하며 “이는 단순히 의료법인 이사로 참여하거나 경영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1인1개소법 위반이나 중복 운영으로 형사 처벌하는 것은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수 있다는 점도 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이 결과적으로 의료법인을 매개로 한 우회적 의료기관 중복 운영을 용이하게 만들어 1인1개소법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판결 자체의 취지와는 별개로 1인1개소법으로 상징돼 온 의료 정의의 최소 전제를 허물기 위한 우회적 방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1인1개소법은 의료의 공공성과 개원 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판결의 취지가 현장에서 오·남용되지 않도록 제도적·행정적 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