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가을, 가족들과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11월 서울에서 교정연구회 SET 코스의 인트스럭터로 참여하는 동안, 내년엔 언제 어딜 가면 좋을까 핸드폰의 캘린더를 보며 고민하다가 스페인으로 정했다. 대한항공의 마드리드 인, 바르셀로나 아웃으로, 승급 가능한 이코노미로 마드리드 행은 승급 좌석을 예매했고, 바르셀로나는 대기 예약을 한 뒤, 광주로 내려와 와인 모임의 송년회에서 같이 갈만한 동료들을 모아 바로 예약을 하게 했다.
돌아오는 비행편도 승급을 하기위해 틈틈이 확인을 했는데, 어느 순간 예약이 더 이상 되지 않는 게 이상해서, 1회 경유하는 비행기를 혹시나 해서 예매를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으로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던 바르셀로나 노선이 Tway로 넘어가서, 대체 항공편을 구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미리 예매한 게 있어서 다행이었다.
싸게 잘 사서 쓰던 캐리어의 바퀴가 문제가 생겨, 이참에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해서 구매를 했다. 짐들을 백팩과 보조 가방에 넣어 꼭두새벽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서, 면세점에서 받은 캐리어에 짐들을 집어넣고, 게이트에서 수화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일행들과 마지막 저녁 만찬을 하고, 출발하는 오전에 성가족성당을 다시 한 번 갔다. 오후에만 가봐서 오전의 성당 분위기가 궁금했었다. 가는 택시 안에서 어플로 사전 수속을 하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승급 가능 여부를 체크해 봤는데 가능으로 바뀌어 있어서, 추가 결제를 하고 내심 쾌재를 불렀다. 바르셀로나에서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비행기 중,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가는 구간이 승급되었다. 기쁜 마음에 바람이 많이 불던 성당에서도 즐거웠다. 3번은 공사중이였고, 지난번에 봤던 오후에는 붉은 빛이 많이 돌던 성당 내부가, 오전에는 푸르른 빛으로 가득 찼다. 뭔가 다른 느낌을 준다.
숙소로 돌아와 또 마지막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일찍 향했다. 1주일 전 왔었던 지인이 공항이 혼잡하니 일찍 가라고 했기에 그 말을 듣고 왔지만, 암스테르담은 EU내라서 보안 검색만 하고 여권 검사는 안해서 그리 붐비지 않았다.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비행편을 확인해보니, 지연이 뜨고,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Information에 가서 Gate를 다시 확인하고 창가에 앉아 탑승 수속을 기다렸다. 4명의 갤럭시 유저가 여행을 해서 Quick share로 사진을 전송받아서 사진 정리를 시작했다. 똑 같은 장소에서 많이 찍어서 정리가 필요했고, 하다 보니 시간이 잘 지나갔다. 문득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백인들만 가득했다. 창가를 보니 푸른색의 KLM항공기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먼가 느낌이 쎄해지는게 사달이 난게 분명했다. 게이트를 보니 다른 항공편이 있어서, 다시 Information에 가서 물어봤더니 게이트가 바꼈나보네, 근데 그 비행기는 이미 게이트 닫았어라는 무심한 이야기만 돌아왔다. 공항에서 많이 듣던 LAST CALL은 이 공항에서는 없었다. 단지 WATCH YOUR BAG만 계속 방송에서 나올 뿐.
다른 비행편을 알아봤지만, 도저히 시간이 맞지 않아서 포기하고, 비행기에 실린 가방을 찾으러 갔다. 수화물 사무실에 가보니 수화물 벨트에 가방이 나올 수 있으니 봐보라고 한다. 10분 이상 기다렸지만 안나와 조회해보니, 내 가방만 암스테르담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직원이 수화물 택을 꼭 챙기라고 한다. 그래도 내가 안타도 잘 가고 있고, 내가 항공편 취소를 안했으니 인천까지? 살짝 행복 회로를 돌려보았다.
차선책으로 떠오른 아시아나항공으로 가서 기다려봤는데, 평소 2-3자리 나오던 캔슬 좌석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 탑승 수속이 마감되는 걸 보고, 다음날 비행기 좌석을 예매하고, 바르셀로나 도심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다른 일행들은 이틀 더 머물기로 했고, 전 날 투어때, 공연 예매한 것을 알고 있어서 공연장으로 찾아갔다. 한국에 가고 있을 사람이 보이자 놀란 표정들이 역력했다. 다시금 마지막 저녁과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갔다.
전 날 공항에서 당황해 하는 나를 보며 안쓰러워했던 아시아나 직원이 좌석을 복도 쪽으로 배정해주어 그나마 편하게 인천까지 왔고, 남은 일행들이 내려가는 버스도 예매해 주어 간신히 광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다시 발생했다. 내가 이용한 항공사가 대한항공에서 아시아나로 바뀌면, 마지막 항공사에서 내 짐을 책임진다는 거라고 한다. 난 그걸 모르고 버스 시간에 맞춰 바삐 움직였으니, 절차가 복잡해졌다. 그래도 대한항공에서 내 가방 위치를 확인하려 해도 조회가 안된다고 하고, 아시아나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KLM항공 수화물 분실을 검색했더니 악평만 가득이라, 내 새 가방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나마 이번에는 마그네틱만 많이 사고, 다른 것들은 없어서 다행이라 위안을 삼았지만, 내 새 캐리어는…. 이대로 안녕인가 좌절하던 중, 금요일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공항에 내 캐리어가 도착했고, 택배비를 내면 보내준다 하여 송금 후 문자를 보냈고, 토요일 오후에 집으로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이렇게 거의 1년간 준비했던 스페인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12월 캄보디아 International university에 갈 일이 생겨 발표 준비를 하고 치과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했는데, 웃으면서 이번엔 짐 잃어버리지 마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주변 사람들도 비행기 놓치지 말라고 농친다. 어느샌가 난 여행 잘 하던 사람에서, 짐 잃어버리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나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