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따로 치과의사가 되라고 얘기한 적은 없었는데, 공학도의 길을 걷던 아들이 자신의 진로를 치과의사로 정하고 나와 같이 교정의로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이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아들이 전역하면 함께 진료하며 교정치료와 관련한 임상 노하우를 더 많이 알려주고 싶습니다.”
치과계에서 설측교정의 대가로 이름난 홍윤기 원장(청아치과)과 그의 아들 홍현승 대위(군의관)가 함께 저술한 논문 ‘Tooth movement through mandibular idiopathic osteosclerosis during comprehensive orthodontic treatment’가 ‘미국치과교정학회지 CC 저널(AJODO Clinical Companion)’ 2025년 12월호 Case of the Month로 선정됐다.
특화성 골경화증(idiopathic osteosclerosis)이 치근 사이 존재하는 경우, 이에 특별히 방해받지 않고 치아이동이 가능했다는 연구결과인데, 홍윤기 원장이 교정 전문의인 아들에게 제안해 함께 케이스 리포트를 작성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홍윤기 원장은 “아들이 치전원 1~2학년 때는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투덜대더니, 3학년 실습에 들어가며 적성에 맞는다고 열심히 하더라. 치전원에서도 의치대 역도부, 농구부 등 내가 몸담았던 동아리를 그대로 똑같이 했다. 활달한 활동을 좋아하고 몰입하는 걸 좋아하는 모습이 나를 참 많이 닮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홍 원장의 아들 홍현승 대위는 서울대 치전원을 졸업하고 서울대치과병원에서 교정과를 수련했다. 2대째 같은 대학에 진학, 전문 진료 분야까지 이어받은 것. 홍윤기 원장은 과거 청아치과병원 교정과를 운영하며 많은 후배 교정의들의 수련을 지도한 바 있다. 홍 원장은 세계설측교정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치과계에서는 아이스하키 동호회 ‘톨피도즈’ 멤버, 락밴드 ‘이빨스’ 드러머로도 유명하다.
홍윤기 원장은 “나는 원래 학문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았다. 아들도 교정치료를 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과 함께 학문적으로도 많은 성과를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진료만으로 반복되기 쉬운 생활이 지겹지 않고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좇기보다 젊었을 때 익힌 것을 계속해 왔다. 아들도 시대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현혹되지 않고 한길을 걸어가는 부분이 있었으면 한다. 열심히 진료하며 살다 보면 대가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현승 대위는 원래 미국 유학파.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스탠퍼드대 공대를 나왔다. 아팠던 가족의 병세를 살피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진로를 치과의사로 정했다.
홍현승 대위는 “어려서부터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했다. 공학과 관련한 연구보다 기술적인 면을 직접 환자에게 적용하는 게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이 길을 선택했다”며 “아버지는 그저 과묵하게 내가 가는 길을 지켜보고 지원만 해주던 분이었는데, 실제 치과의사가 돼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 보니 내 고민과 결정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 대위는 “가업을 잇는다는 데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교정 진료를 할수록 아버지는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많은 교정치과의사 중 한명으로 자만하지 않고 내 진료를 해 나가다 보면 누군가 내 진료에 만족할 것이라 생각한다. 묵묵히 철사를 구부리며 진료해 집중해 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