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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와 화타

스펙트럼

삼국지에는 관우와 화타(華佗)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등장한다. 전쟁 중 관우의 팔에 독화살이 박혀 독이 뼛속 깊이 스며들었고, 당대 명의로 알려진 화타는 오염된 살을 도려내고 독이 침투한 뼈를 긁어내야 한다고 했다. 화타는 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이 따를 것이므로 통나무에 팔을 단단히 묶어야 한다고 했지만, 관우는 그런 것은 필요 없다며 술이나 몇 잔 더 따르고 바둑이나 두면 될 것이라 하였다. 이윽고 화타가 칼로 살을 갈라 뼈를 드러낸 뒤 긁어내자 ‘벅벅’ 하는 소리가 귀청을 때릴 정도로 시끄러웠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정작 관우는 조금도 아파하는 기색 없이 평온하게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지난주 식사를 하던 중 무언가 딱딱한 것을 씹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쌀밥에 돌이 들어갔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치아에 있던 아말감이 빠져버린 것이었다. 며칠간 불편함을 호소하다가 이내 대표원장님께 말씀드렸고, 예약 환자가 거의 없는 시간대를 이용해 유니트 체어에 앉아 진료를 받게 되었다. 구내 사진을 확인해 보니 아말감 하방으로 약간의 우식이 있었고, 기능교두 부위까지 상당 부분 치질이 소실되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크라운 치료를 하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일 예약 환자들로 인한 시간제약이 있었기에, 우선 우식을 제거한 뒤 레진 충전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얼굴에 유공포가 덮임과 동시에 한 가지 선택지가 눈앞에 놓였다.


해당 치아에 마취를 하고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마취 없이 진행할 것인지였다. 대표원장님께서는 이 정도 우식이라면 마취를 하고 몇 시간 동안 얼얼함을 감수하기보다는, 마취 없이 빠르게 제거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기에 당당하게 마취 없이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치료가 시작되었지만, 입 안에서 버가 돌아가는 순간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화타에게 팔을 맡긴 관우의 심정이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격통이 몰려왔다. 대표원장님께서는 내가 한껏 꽉 쥔 주먹을 보시고 몇 번이나 마취를 해주겠다고 하셨지만, 기왕 시작한 치료 끝을 보겠다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텨보았다.

 

모든 치료가 마무리될 즈음, 굳게 쥐고 있던 두 주먹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식치료를 하면서 환자분들이 통증을 보이면 루틴하게 추가로 마취만 했지, 그 통증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 직접 치료를 받아보니 내 손을 거쳐 갔던 수많은 환자분들께서 겪었을 통증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었고, 좀 더 마취를 꼼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역시 관우는 대단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