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의 분노가 제대로 전달된 것인가. 의사죽이기 의료법 개정안을 언론에 흘린지 수일만에 金聖順(김성순) 의원 등은 개정법안 내용을 대폭 수정한다는 방침으로 급선회한 것 같다. 그 가운데 종합병원내 치과를 배제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삭제방침이 확고하게 정해진 것 같다. 치협은 金 의원 등이 발의하고자 준비 중이었던 의료법 개정법안 내용을 입수하자마자 273명의 국회의원 전원에게 이 법안의 비합리성과 부적절성에 대해 설득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 결과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겪으면서 또 한번 정치권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적어도 국회의원직이라 함은 3권 중의 하나로 입법권을 갖는 중요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그 자리는 민중에게 위엄 부리는 ‘폼’나는 자리가 아니라 민생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자리요, 잘못된 행정권력을 견제하는 자리이며 입법을 통해 국가 기강과 사회적 도덕성, 민생안정을 추구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인 것이다. 따라서 남들이 뭐라하던 귀를 옅게 하고 들어서는 곤란한 위치이며 더더욱 인기에 영합하여 경박하게 처신해선 안되는 자리이다.
의료개혁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의료계 당사자인 치협을 비롯 각 의약인 단체들도 이 문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개혁 과제는 큰 틀을 갖춘 상태에서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의약분업이나 전문의 문제, 의료전달체계 문제, 건강보험 통합 문제 등도 이러한 큰 틀안에서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제이었어야 한다. 큰 줄기를 갖추지 않고 그 때 그 때 사안에 맞춰 개혁하려다 보니 최근과 같은 건강보험 파탄이라는 최후까지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부 당국과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연일 정부는 보험재정 파탄의 주범으로 부당청구를 하는 의료인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았겠는가. 그 결과 국민들 사이에는 마치 모든 의료인들이 이러한 비리에 가담한 듯한 인상이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의 개정법안은 이러한 국민적 관심사를 등에 업고 나온 것이다. 이미 국민들이 정부가 퍼뜨려논 극히 일부의 사실을 전체로 인식한 상태에서 이 편협된 개정안은 국민이 오도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이런 식의 정치는 그만 두어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자신의 과오를 언론매체를 통해 의료인들에게 전적으로 전가시키려는 행위에 대해 따가운 질책과 함께 관계자들의 문책을 물었어야 했다. 그것이 참다운 입법자의 자세인 것이다. 사회적 여론이 일방적으로 흐르더라도 이에 동하지 않고 제대로 맥을 짚어가야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국회의원들은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앞으로 법안을 만들 때 보다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국민들이 정치권을 가장 혐오하는 대상으로, 가장 개혁이 덜 된 대상으로 서슴없이 뽑는 이유를 진정으로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