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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통일의 자이로스코프(Gyroscope)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부산아시안게임이 끝났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거둔 성적은 역대최고란다. 금메달을 96개나 따고 2등을 했다니 참 대단하다. 중국이 1등을 했다지만 그들의 머리 수를 생각하면 으쓱해지는 것은 오히려 우리 쪽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값진 메달은 남북이 하나된 화합의 메달이 아닌가 싶다. 분단이래 민족 최대의 화합의 한마당이었다. 남북이 손을 잡고 동시 입장하면서 시작된 화해의 분위기는, 남남북녀가 함께 봉송한 성화와 함께 활활 타올랐다. 다소 냉랭했던 처음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녹아 내렸고, 어색했던 마음들은 만경봉호가 싣고 온 꽃 처녀들의 얼굴처럼 곱게 펴졌다. 인공기와 인공가도, 갈라놓았던 잔인한 세월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파도를 타고 함께 하늘을 날았다. 이 화합의 지휘자는 누구인가? 목이 터져라 외쳤던 “우리는 하나다”란 말속에 있다. 유태인의 얘긴데, 어떤 사람이 아기를 낳았는데, 머리가 둘 달린 아기였다. 그래서 랍비에게 데려가 이 아기가 한 명인지 두 명인지 물으니 “이쪽 아이를 때렸을 때 저쪽 아이도 울면 하나요, 저쪽 아이가 울지 않으면 둘이오”라고 대답했단다. 그렇다.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만나야 한다. 자꾸 만나야 진정으로 연합될 수 있다. ‘재치(tact)’와 ‘만남(contact)’의 얘기다. 이 두 친구는 똑같이 ‘사랑(love)’이란 소녀에게 구혼하였다. 그러나 접근 방법은 서로 전혀 달랐다. 재치가 소녀의 부모님과 현관에서 열심히 이야기하는 동안 만남은 뒷문에서 그녀를 만나 구혼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젊고 아리따운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라는 현관에서만 만났다. 그리고 싸웠다. 이제 정치인들은 뒷문을 크게 열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남과 북의 사람들이 자꾸 만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왕도다. 정치인들은 맹자가 그의 왕도론을 전개할 때 한 말을 기억해야 한다.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즉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백성들의 화합만 못하다.” 맹자에 의하면 가령 전쟁에서의 승패는 세 가지 기본적 조건이 있단다. 그 첫째는 하늘의 때이고, 둘째는 땅의 이득이며, 셋째는 사람들의 화합인 것이다. 사람들이 화합하면 다 된다는 것이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백성들이 자꾸 만나면 통일된다. 왜냐하면 백성의 마음속에는 ‘자이로스코프’가 있기 때문이다. 대양을 항해하는 커다란 여객선의 맨 밑바닥에는 ‘자이로스코프’라는 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파도가 심할 때 배가 평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산더미 같은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배가 안정을 찾고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 장치 덕분이란다. 통일로 가는 해로에는 엄청난 파도가 있을 것이다. 그 때마다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하는 ‘통일의 자이로스코프’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민족의식이다. 백성의 가슴에 살아있는 이 의식이 통일호를 받쳐주어야 한다. 링컨은 “조각난 집은 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그가 1858년 스프링필드 시에서 열린 주 공화당대회에서 노예문제를 두고 분열하는 정치인들을 걱정하며 한 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모였으므로 늘 분열을 즐기는 속성이 있다. 때때로 그들의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민족’조차도 이익의 재료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선한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성경은 “여러분은 같은 생각을 품고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여 한 마음이 되라”고 당부한다. 하나가 되려는 모든 노력에는 이런 순수한 마음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밤마다 다대포항에 나가 만경봉호를 바라보며 한을 달래던 남쪽 사람과, 그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던 북쪽 사람의 가슴에 있다. 그들을 자꾸 만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