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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교수의 윤리교실(3)]사회적 권위와 문화적 권위

 

 


많은 치과의사들이 최근에 직업적 위기를 느끼는 것은 경제적인 수입의 감소보다는 직업적인 권위가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 것에서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의료인의 직업적인 권위가 훼손된 결정적인 계기는 의약분업 사태로 인한 의사들의 파업 사태이다. 권위에는 사회적 권위와 문화적인 권위가 있다. 필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직업과는 달리 의료인의 직업적인 권위는 한번 훼손되면 다시 복원이 힘든 문화적인 권위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권위란 믿음과 복종을 강요할 수 있는 신분과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권위는 의존성과 정당성이라는 두 가지 토대에 근거하고 있다. 정당성은 권위에 복종하지 않을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강제성이 개제된 것으로 사회적 권위의 근거이다.


군인들이 장교에 복종하거나 회사의 직원들이 사장의 권위에 복종 하는 이유는 상관에게 복종 하지 않을 경우 해고나 법적인 제제가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권위이다.
반면에 의존성은 권위에 복종 여부는 강제력에 의해 복종하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인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문화적 권위의 근거이다. 신자들이 신부님이나 목사님에 복종하는 것은 법적 물리적인 제제 때문에 복종하는 것은 영적인 존경심이라는 의존성 때문에 복종 하다는 점에서 문화적인 권위이다.


환자들이 치과의사 말에 복종하는 것도 사회적인 권위 때문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고 치과의사 말을 신뢰하기 때문이고, 또한 치과의사의 권유를 따르지 않으면 자신의 건강이 손상당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오늘날 치과의사가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직업이 된 것은 권력에 근거한 사회적 권위 때문이 아니고 바로 자발적 의존성에 근거한 문화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과계의 역사를 보면 치과의사가 이러한 문화적 권위를 가지게 된 것은 백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룩한 것이다. 치과의사의 문화적 권위의 획득 과정은 두 가지 발전 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하나의 축은 치의학과 자연과학을 접목으로 치의학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함으로써 치과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의 축은 치과계의 끊임없는 자정 작용으로 전문가 직업윤리를 확립 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에 현대 과학과 접목된 치의학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도 보듯이 치의학의 과학적 발전만으로는 치과의사의 문화적 권위는 확보 할 수가 없다. 전문가 직업윤리 확립없이 과학으로만 발전하는 치의학은 미래의 치과의사를 단순히 이를 빼고 해 넣는 단순 기능공으로 전락 시킬 것이다. 치과의사는 사회 권력층과는 달리 사회적인 권위는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환자의 신뢰에 근거한 문화적 권위는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은 치과계 선배들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며 또한 앞으로도 계속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는 치과의사를 위해서라기보다도 효과적인 환자 치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 치과계의 끊임없는 직업윤리의식 고양과 윤리적 자정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요와 강제에 의해서 확립된 권위는 더 이상 권위가 아니다. 강제를 사용하는 모든 권위는 그 순간 권위를 상실한다는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주장에 의하면 강제력을 의존하는 사회적 권위 보다 자발적 신뢰에 의존하는 문화적 권위야 말로 진정한 권위라고 생각된다.


권력도 없고 돈도 없는 치과계라고 자조하기 보다는 사회적 권위보다 더욱 권위적인 문화적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치과계는 진정으로 직업윤리 확립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