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은 저와 같이 급하게 치과에 방문해 흐린 판단력으로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울 중구 소재 치과 A원장이 최근 진료비 선결제 이후 휴무 공지와 함께 잠적해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은 최근 A원장을 상대로 사기, 업무상과실치상,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 등을 진행했다. A원장을 고소한 환자들만 약 20명으로 피해액만 수천만 원으로 추정되며, 급여를 받지 못한 치과 직원도 신고를 고려 중이다.
A원장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치과 문은 불이 켜진 채 굳게 닫힌 상태다. 아울러 네이버 플레이스에도 치과 진료 일정이 모두 정기 휴무로 표기돼 있다.
이번 사태는 임플란트 수술 외 진료비와 관련, 환불·결제 등 금전적 문제와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제보에 따르면 이 중에는 500만 원가량 임플란트 선결제 후 이유 없이 A원장으로부터 추가 진료비를 요구받은 환자가 이를 거부하자, 진료를 거부하고 환불 또한 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당일 임플란트가 가능하다고 해서 지난해 치과에 방문했다는 환자 B씨는 소개받은 것과 달리 임플란트가 하루 만에 시술이 끝나지도 않았고, 오히려 지주대와 보철물 등 추가 비용 결제를 요구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치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당시 B씨가 여러 차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A원장은 치과 공식 블로그 아이디를 활용해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환자 B씨는 “결국 재치료비가 600만 원이 더 나왔다. 모든 환자에게 임플란트를 권유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 치아 하나의 가치가 얼마나 크고 복구도 안 되지 않냐. 사기 행위 아니냐”며 “이 밖에 국민신문고에 불법 의료광고 환자 알선 유인 사기로 민원 접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A원장은 B씨의 블로그 내 댓글을 통해 ‘한 명의 반대표 환자’가 생겼다며, 대다수의 선량한 환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법과 민형사상 범법행위 등 선을 넘지 않고 진료만 잘하면 된다는 게 안일한 생각이었다며 B씨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A원장은 “B씨가 쓴 글들에 수많은 허위 사실과 오류가 있고,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환자분도 성인이고.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사람마다 시간 내지 말고 대리인을 통해 형사처벌을 권유했다. 아무리 타인이 잘못을 했더라도, 벌할 생각이 없어 미뤄뒀는데, 다시 한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원장 연락 안 돼 ‘먹튀’ 의혹 불거져
그러나 최근 경찰에 접수된 환자 피해 신고가 20여 건에 달하면서 결국 A원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최근 A원장의 연락이 두절됨에 따라, 소위 ‘먹튀’ 의혹 또한 불거지게 됐다.
현재 해당 치과 전화번호를 통해 연락하면, 직원 C씨의 휴대전화로 연결된다. 환자 항의를 통해 치과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접한 C씨는 현재까지 A원장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 C씨는 “보험 청구를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일주일간 일을 했는데, 지난 4월 중순에 저한테 치과 전화번호 착신을 연결한다고 했다. 5월 재기한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도 착신을 안 풀어주고 있고, 치과 원장과도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 “그간 치과가 24시간 운영됐다 보니, 지금 환자들로부터 새벽까지 밤낮없이 전화로 욕을 먹고 있다. 나도 급여를 다 못 받았다 보니, 경찰에 신고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이번 사례는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나 의료법 위반 여부 등은 수사 중인 사안이다”며 “그러나 환자들이 고액의 진료비를 선결제하고도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고, 치과계 전반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찬경 법제이사는 이어 “치협 내부적으로 윤리적 기준에 맞지 않는 사례에 대해서는 자율적 점검과 조치를 병행하는 등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