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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사 / ‘로스’ 박사님 영전에…

삼가 로날드 로스 선생님 영전에 올리나이다.


선생님, 이게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뜻밖의 비보를 전해 듣고는 꼬박 사흘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고, 추모의 글을 쓰려고 해도 단 한줄 원고지를 메우지 못했습니다. 저보다 열 살이나 연상이면서도 동갑내기 친구처럼 격의가 없어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자정이 넘도록 술잔을 앞에 놓고 간담(肝膽)을 상조(相照)하던 밤이 그 얼마였습니까? 코미디언이 무색할 만큼 날카롭고 뜻있는 조크를 예사로 구사하면서, 내 등을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던 그 너털웃음을 이제는 들을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되돌아보면 지금으로부터 꼭 15년 전, 선생님을 초청해 150여 교정의사들에게 강의를 시작할 때까지, 당신은 그저 수없이 오고가는 외국 연자들 중 한 분일뿐이었습니다. 이틀간 강의를 들으면서, 통역을 맡은 저 자신부터 서서히 선생님의 신념 속으로 빠져 들어갔던 일을 기억합니다. 그 신념 안에는 고전과 첨단의 충격이 가득했습니다


첫째, 기능교합 이론에 근거해 하악골의 위치를 확실히 설정함으로써 모호하던 정상교합의 실체를 명쾌하게 정의하고, 그 이론을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시스템까지 개발하셨습니다. 둘째, 은사이던 Dr. Jarabak의 성장예측법을 Dr. Ricketts의 지도작성법(mapping)에 결합, 발전시킨 성장예측 VTO는 얼마나 뛰어납니까? 셋째, 앤드루스의 Six-Keys 이론을 업그레이드한 로스처방의 브라켓은 세계의 교정 임상계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첨단 무기체계가 아닙니까.
그 뿐입니까. 한 단락의 강의를 마무리할 때마다 늘 강조하시던 “We are in Health Business!"를 기억합니다. 교정의사라는 직업이 단순한 치부(致富)의 수단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기능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강조하셨고, 그것은 바로 선생님의 신념(Belief System)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고호 같은 천재나 세계적인 성인들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 것처럼, 선생님의 혁명적인 아이디어와 완벽에의 추구는 주위의 몰이해와 시샘에 시달리기도 하였지요. 엄연히 임상과(臨床科)이면서도 학술 업적(Paper work)에만 집중 지원하는, 낡은 관념에 갇힌 학계 풍토에 밤새워 비분강개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생생합니다.


그만큼 선생님은 평생을 고군분투 하셨지요. 강의료를 거의 모두 연구에 재투자하시어 통장이 텅 비어도, IMF를 맞아 한국 RWKSO 3기생의 강의료를 동결하자는 저의 염치없는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당신의 뜻을 지금에 와서 가슴 저리게 깨닫습니다. 또 하나 후회스러운 일은 이처럼 힘든 완벽주의 엘리트 교정의 길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기준을 조금만 낮추어, 경제성 있는 대량보급으로 가보자는 주제넘은 제의를 했던 일입니다. 선구자는 성직자적인 자세로 올곧게 나아가야한다는 말씀, 역시 당신이 옳았습니다.


당신의 Philosophy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 할 일은 많습니다. 그냥 훌쩍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얼마나 크시겠습니까? 그러나 걱정을 털어버리십시오. 당신이 심어놓은 걸출한 제자들이 여기 대한민국에만 백여명이 넘습니다. 미국, 일본, 칠레와 스페인에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제 걱정을 덜으시고 비탄에 젖은 평생의 지기(知己) Dr. Williams에게도 기를 불어 넣으셔서 다시 한번 구심점으로 우뚝 서게 하십시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하듯, Dr. Jarabak이 지신이 가르쳤으나 어느덧 훌쩍 커버린 제자 로스의 강의에 1기생으로 들어가 삼년 과정을 수료한 사실은 후학들에게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일화로 남아있습니다. 동양에서 말하는 ‘청출어람이(靑出於藍而) 청어람(靑於藍)’, 즉 푸른 빛깔이 쪽에서 나왔으되 쪽보다 푸르름이요, 스승을 뛰어넘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이라는 살아있는 교훈이지요.
이제 하늘나라에서 스승과 제자, 제자와 스승이 다시 만나 편안하게 오순도순 선문답(禪問答)을 나누십시오. 제 2의 고향 산 마테오이 공원에 누워 영원히 안식하시기에 충분할만큼, 평생을 그토록 치열하게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