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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몸매를 공유하는 부부/장주혜

 

음료수  대신 물을 마시고
뿌리와 줄기채소를 통해
충분한 양의 섬유질을 섭취하고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안면근육의 긴장도가 비슷해져 가면서 얼굴표정이 닮아 간다고 한다. 그런데 한 지붕아래 살면서 생활 습관을 공유하게 되면 얼굴 모습뿐만 아니라 몸매까지 닮아 가는 현상을 흔히 보게 되는 곳이 여기 미국인 것 같다. 슈퍼마켓 계산대의 긴 줄을 기다리는 동안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은 무얼 사가지고 가나 쳐다보면서 그들의 저녁식단이 어떻게 차려지게 될까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상상력의 한도를 넘어서면서 예측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되어버리지만 말이다. 저 사람은 뭘 해 먹을까. 냉동 피자 2판, 달걀 1줄,  4.5리터 우유 2병, 식빵 2줄, 콜라 12캔, 병에 든 파스타 소스 1병, 감자 칩 2봉, 스테이크용 고기 3팩, 그리고 미리 씻어서 썰어놓은 샐러드용 야채 조그마한 봉지 하나. 식빵 개수를 보면 일주일 치인 것 같은데 저렇게만 먹어도 될까 궁금한 생각이 든다.


추수감사절 전날, 어느 부부의 장바구니를 보았더니 아주 단순했다. 냉동칠면조 한 마리, 감자 한 봉지, 통조림 콩 하나, 케익 믹스 한 팩, 우유 1병. 저 큰 칠면조를 둘이서 다 먹을 리는 없고 손님들이 오기는 할 텐데 참. 우리나라 주부가 해마다 차려야 하는 추석상을 생각하노라면 끝없이 부러운 일이기도 했다.


이곳 인디애나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하고 있어 아직도 가장 개척시대의 미국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지역중의 하나이다. 고등학생부터 걸음마 하는 아이까지 골고루 터울이 진 너댓 명 되는 자녀들을 둔 부부들을 제법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자동차 번호판에는 각 주의 특징을 살린 그림이 상징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링컨이 자라난 일리노이주의 번호판은 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플로리다주는 오렌지나무인데 인디애나주는 노란 옥수수밭이 출렁이는 풍경이 들어있다.


독일계 이민계가 많이 정착한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감자, 옥수수, 유제품 그리고 아주 많은 양의 육류를 소비하고 있다. 덕분에 미국 내에서 비만분포를 파악하는 조사에서 항상 상위 몇 위안에 드는 주이기도 하다. 켄터키 치킨집 할아버지의 둥그레 한 배는 여기서는 귀여운 정도에 그친다.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우리나라 B회사의 바나나우유 용기를 연상하게 하는 몸매를 출렁이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풍경이 너무도 흔한 곳이다. 비만지표로 흔히 쓰이는 BMI(Body Mass Index)에 따르면 160cm 신장에 77kg, 175cm 신장에 92kg 이상일 경우 비만에 해당하는 데 비만 집단에 속하는 성인비율이 25%이상이니 지나가는 사람들 네 명중의 하나는 물 풍선을 달고 다니는 것 같이 출렁거리는 몸집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어느 지역에 가면 그 비율이 두 명당 하나가 되고 또 어떤 곳으로 옮겨가면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지역의 월마트를 가면 각종 가공식품과 대용량 음료수, 공장에서 제조되는 하얀 밀가루 식빵과 시리얼을 가득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서 계산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이들 중에서 정상적인 체형을 가진 사람을 찾아 보기는 어려운 편이다.


그 반면, 유기농 자연식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에서는 생수병을 들고 운동복차림의 늘씬한 백인들이 고객의 대부분이다. 이제는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사는 집의 규모에 못지않게 바로 체형이 계급을 규정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다른 예를 들어, 치과 의사들이 모이는 대규모 학회에 가 봐도 정상체중 군에 속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가난이 대물림을 하듯이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이어져 아동비만의 많은 경우가 단순한 유전적인 소인보다는 사회 경제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 중의 하나이다.
미국의 문화예술이 짧은 역사를 대변하듯 대중을 기반으로 폭 넓게 횡적으로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