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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시)밤 송이/김영훈


차양막 그늘 된 저 밤나무숲
밤꽃내 풍기는 꽃철이 되면
솜털 같은 꼬리를 하늘거리며
결실의 꿈을 잉태하게 된다

 

속살 채워가는 푸르른 숨소리
송이마다 억세져 가시돋음하고
씨앗을 감싸는 본능으로
햇살에 굳어져 간다

가을은 가슴에 성호를 긋고
모성의 인연 다 끊어버린 채
알알이 퉁겨져나오는 낙과의 자유
모두 뿌리를 뻗기 위함이다

 

다람쥐 귀 세운 살벌한 이 땅
빈 껍질로 매달려 있다가
한 톨의 씨앗이라도 감싸 안으려
땅으로 뒹굴다 두엄이 되고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