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할때 섬기는 게 진실한 섬김
숙소 제공·강의북까지 주며 열강
서울 강남에 위치한 카이노스치과의원에 우주베키스탄에서 온 치과의사 안바르 히도야도프(보철전공) 씨와 유스보브 탈랏(교정전공) 씨가 함병도 원장의 수술장면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 옆에는 고려인 2세인 이 올렉 열방치과병원(ANDC) 병원장이 함 원장의 말을 러시아말로 빠르게 통역을 하고 있다. 맨 왼편에서는 치과위생사인 히라예바 무하밧 씨도 수술장면을 놓칠세라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얼마전 배움을 열정을 갖고 우주베키스탄에서 건너온 이방인들이다.
우주베키스탄 타쉬켄트시에 한국의 선교사들이 세운 열방치과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 4인은 지난달 13일 한국을 찾아 우리나라의 앞선 치과술식과 진료환경을 접한 뒤 오는 9일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이 한국의 치과계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9월 개소한 열방치과병원 임프란트센터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함병도 원장의 세심한 배려 때문이다.
함 원장은 “1년에 한번씩 현지를 찾아 진행되는 강연이 일회성에 그치고 지속적인 강의가 이뤄지지 못해 흡족하지 못했다”면서 “디렉터가 된 책임감 때문에 이들을 초청해 단기간에 집중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우주베키스탄으로 돌아가 현지 치과의사들을 지도하는 첨병역할을 하게된다. 치과위생사인 무하밧 씨도 제대로 된 수술 및 진료시스템을 배워가 현지에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싸라기땅 강남에 개원한지 불과 2개월여밖에 되지 않아 개원자금중 이자 충당비용만도 상당할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그러나 함 원장은 “여윳돈이 있을 때 남을 섬기는게 아니라 내가 쓸 돈을 줄이면서 섬기는게 진실한 섬김”이라고 강조했다.
함 원장은 “이들이 제대로 배워가 현지 치과의사들에게 임프란트 교육을 하도록 하고 그 다음에는 다른 치과의사들을 초청해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임을 설명했다. 이를위해 함 원장은 자신의 강의북도 다 넘겨줄 작정이다.
함 원장은 “현지에서 개원의들이 임프란트를 해야 할 케이스가 있으면 철공소에 가 나사모양으로 깎아 수술하고 있어 실패율이 높다”고 전한 뒤 “한국에서 국산제품을 사용해 이뤄지는 교육을 통해 국산 임프란트 제품이 현지에 진출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함 원장은 “아무런 사심없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 뿐”이라며 겸손해 하면서 “지난 1937년 러시아의 스탈린 정권이 연해주에 있는 고려인들을 강제 이주시켰을 때 우주베키스탄인들이 환대해줘 많은 수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과거에 우주베키스탄인들이 우리 동포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것 같이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숙소 구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는 함 원장은 3개월마다 한팀을 초청할 생각이었으나 벅찰 것 같아 6개월에 한번씩 초청할 계획”이라며 “이들의 수준을 빨리 높여 배우기 위해 줄서 있는 현지 치과의사들에게 기본부터 잘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올렉 병원장은 “열방치과병원에서는 1주일에 90명을 여러 과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임프란트 세미나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벌써부터 문의가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함 원장은 “이번에 제 개인적인 비용으로 초청한 것이지만 뒤에서 후원하는 치과의료선교회와 선교회 회원들이 도와줘 가능했다”며 “이문영 열방치과병원후원회장, 교정과정을 지도해 주는 김명진·김일영 원장, 그리고 자기집에 숙소를 흔쾌히 내준 정성민 원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