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처방이 문제다.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항생제의 오·남용을 줄이는 방법이 무엇일까? 항생제 처방이 한동안 국민적 관심사가 될 만큼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나서 어느 정도 제도의 안정성을 보이자 실질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각계에서 노력한 결과 항생제 처방이 많은 의료기관을 실명으로 공개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많은 이해 당사자간의 갑론을박을 거쳐 발표됐는데 그 결과를 분석해 보면 항생제 처방이 확실하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성공적인 사례로 발표돼 외국의 의료보험기관에서도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시행했던 제왕절개술 다빈도 병원의 실명공개로 어느 정도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자신 있게 시행한 정책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치과계에서는 어떤 자료가 공개됐을 때 치과의료 소비자들이 반가워 할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환자들이 부모님이 주신 태생의 자연치아 그대로 간직하기를 원할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 즉 통계에 의한 발치자료 공개일 것이다. 발치를 많이 한 치과의원 이름을 발표하면 항생제 처방에서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예견된다. 이것 또한 많은 반대와 더불어 무리수가 따를 것이다. 외과를 전문으로 하는 곳, 발치 의뢰를 많이 받는 곳, 교정을 위한 발치, 치주를 전문으로 하는 곳, 소아를 중심으로 하는 치과 등 여러 가지 예외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가 언론매체에 공개되면 그렇지 않아도 임프란트다, 보철이다 해 외부에서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따가워질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감염이라는 회오리가 우리 치과계를 불신의 쓰나미로 밀어 넣었던 파장만큼이나 치명적일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디마켓팅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 치과계의 현실이자 정책의 부재라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어떠한 설명도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언론의 임프란트나 보철의 원가공개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편은 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과연 이러한 실명공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인가?
필자가 만나 본 보건정책 당국자나 관심 있는 담당 보험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울러 근관치료 다빈도 치과의원의 실명도 거론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관계전문가와 그리고 당사자인 우리 협회와 충분히 상의해 흥미 보다는 국민구강보건을 위해 ‘왜 발치를 하게 됐는지?" ‘근관치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 정확한 분석이 따르는 개선책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건강보험 수가에 대한 불만이 대두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예산타령이나 적자 운운, 그리고 보험재정의 고갈 등으로 문제의 해결을 몰아가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 원인제공을 했으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결과만을 놓고 벌칙만 가하려는 행정편의주의만으로 문제를 해결 하려고 하니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족이라면 꼭 발치를 했겠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발치 겸자에 힘을 주자. 더 이상의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왜 발치를 해야 하는지 충분한 설명과 더불어 자료를 확보하자. 그래야 한 사람의 억울한 환자도 없겠지만 억울한 치과의사도 없을 것이다. 발치로 인한 의료분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성식 나성식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