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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목련나무 아버지/이영혜

마른 가지에 업혀 잠자는
꽃눈 부풀어간다
가문 땅 끝 더듬어 길어 온 물 한 방울
우듬지까지 밀어 올리는
뿌리의 힘줄이 시퍼렇게 곤두선다

 

귀밑 솜털 보송보송한 딸들 피우기 위해
세상 끝에서 물지게 길어 올리던 아버지
이제 비쩍 마른 어깨와 등
적막한 옹이마다
하얀 파스 덕지덕지 붙어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들
자랑처럼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직은 이른 봄
백발의 아버지 뿌연 각막 속에서
보고 싶은 뽀얀 꽃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창 밖 늙은 목련나무 한 그루
가쁜 숨 토하며
개화를 향해
두레박을 길어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