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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정재영/벽과 꽃

벽과 꽃

 

붉은 혀 감추고 한철을 보내던
움츠린 움막

 

긴 숨을
내몰아
한 뼘 졸음이 굽은 손가락 사이에서
깨어나는 한나절


침묵은
삭아지는 뼈대와
피어나는 권태를
초록빛 작은 눈짓에 숨겨
심장에서 터진 선혈의
오늘은 긴 숨을 쉬며
빛으로 말할 날


그늘진 선반에 올려 둔
빛바랜 흑백사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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