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가을의 밤바람을 포근히 감싸는 감미로운 플루트 선율이 경기도문화의전당을 가득 채웠다. 지난달 28일 저녁, 음악으로 사람들을 치료중인 치과의사이자 8년째 경기플루트오케스트라의 단장을 맡고 있는 유호성 원장(웅치과의원)을 만났다. “음악은 제 영혼의 안식처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단장을 하게 된 동기를 묻자 유 원장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유 원장은 군대 제대 후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스물 넷의 늦은 나이에 치과대학에 들어가 외국에서 치과교정학 학위를 받겠다는 일념하나로 시골에서 개원했다. 3년간 고생해 모은 돈으로 서른 다섯, 적지 않은 나이에 두 아들을 데리고 유학길에 올랐다. 이처럼 앞만 보며 진료와 학문에만 매달리던 유 원장은 문득 영혼을 지탱해 줄 뭔가를 찾았다. 그리고 고등학교시절 밴드부에서 플루트를 불던 친구를 떠올리며 무작정 학원을 찾게 된 것이 음악과의 진지한 첫 만남이었다.
이후 지휘자 정광원 씨 등 음악인들을 만나게 됐고, 수원 플루트 앙상블이란 악단도 창단했다.
“음악을 저 혼자 즐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도소, 정신병원에 있는 이들에게 보살펴주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습니다”라며 담담히 말하는 그의 말속에는 사람과 이웃을 위한 음악을 한다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유 원장은 또 단장의 역할에 대해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올 때는 모르지만 비영리단체이고 연령대가 다양한 경기플루트오케스트라는 단원간의 친밀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을 조율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라며 소개했다.
그러나 그가 몸담고 있는 오케스트라처럼 자신을 버려야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심겠다는 유 원장.“수원시와 자매교류를 맺고 있는 외국의 도시에 진출해 연주할 기회를 만들고, 9회 세종문화회관, 10회 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일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