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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번째 이야기)어린왕자와 장미꽃/임지영 부천 꼬마이치과 원장


지금 난 내 어린왕자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할  준비를 한다

 

청명한 하늘에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이다.
마른기침을 하며 게으른 출근길을 나서는 나에게 함박웃음을 주는 친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늦은 가을 피는 붉은 장미 세 송이.
작년 이맘때 우연히 이 길을 지나다 마주치게 되었는데, 화려했던 모든 꽃들이 지고 난 자리에 홀연히 피어난 그 꽃송이가 너무나 신기해 그곳을 지날 때마다 눈여겨 보았었다. 그런데 누가 이런 내 즐거움을 시샘이라도 하듯 탐스런 그 꽃송이를 싹둑 잘라내 버린 것이다.


어떤 연인의 장난기 어린 로맨티즘이 이 장미를 꺾어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너무나 도도하게 뻗쳐올라 피어있던 꽃송이였는지라 내게 그 잘려나간 자리가 너무 초라해 보였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그냥 잊혀져 버린 장미가 올해 또다시 그 자리에 피어난 것이다.
잘려나간 자신의 아픔은 잊은 채 그 도도함을 다시금 과시하며 세 송이의 장미가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었다. 내게 무슨 말이라도 하듯 유난히 줄기를 인도로 뻗쳐낸 한줄기의 장미를 본 순간 어린시절 읽었던 어린왕자가 떠올랐다.


바람을 막아 달라, 찬바람이 부는 밤이면 유리관을 씌워 달라며, 허영심을 부리던 그 꽃과 함께….
어린왕자를 읽던 시절로부터 참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완전한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호기심 많고 질문 많던 어린왕자가 어느덧 두 명이나 생겼다. 아침부터 밤까지 제 이야기를 재잘거리며 날 귀찮게 하는 내 아들 하규와 서규.


삼십대 중반을 넘기는 지금 이때 난 이 어린왕자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 봄이면 우리 집을 더 떠들썩하게 만들 공주가 태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 왔던지라 그다지 겸손하지마는 않을 것 같은 도도공주. 하지만 얼마나 더 내 삶이 향기로워질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유난히 상쾌하게 느껴지는 오늘 아침 난 이런 설렘을 안고, 비록 조금은 무거워진 몸이지만 출근길에 나선다. 이제는 서서히 잎이 지려하는 그 장미에게 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질 내년을 기다릴 거라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