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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향연-시]비 소 리/이재윤 덕영치과의원원장

비가 하늘에서 내린다
무수한 자음들이 떨어진다
오직 비만이 들을 수 있는 자음들로서

 

땅에서 대답한다
수많은 모음들이 달라붙으며
오직 땅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모음으로서

 

비와 땅은 서로 얼싸 안는다
모음과 자음은 서로 공명할 짝을 찾아
커다란 소리가 된다
비가 내린다


내가 귀로 듣고 쓸 수 있는 언어와
내가 귀로 듣고 쓸 수 없는 언어로
내가 가슴으로 들을 수 있는 언어와
내가 머리로 들을 수 있는 언어로
내가 피부로 들을 수 있는 언어와

무엇으로도 들을 수 없는 언어로


나는 나 혼자만이 들은 언어 하나를
살짜기 종이에 적어 놓는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언어 하나를
더 찾을 희망을 가진다

 

신선한 비의 기분이
어떠한 낱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골몰한다

 

나는 그러한 소리를 못 찾았지만
찾을 수 있는 희망만을
종이에 살짝 메모해 둔다

 

그것은 시도 아니고 단지 메모다
그 메모를 읽는 사람은
비소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시를 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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