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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구개열 의료봉사 (하)/권순모

휴일인 어제 환자의 가정 방문 등의 일정을 마치고 다소 여유를 찾았던 일행은 본격적으로 수술에 들어갔다. 가능하면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고자 다소 무리한 수술 스케줄을 잡은 탓에 첫날부터 다소 부담이 있었다. 빈둥성 종합병원에는 수술방이 6개 있는데 그중 2개를 이번 진료에서 쓰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일웅봉사회와 중외제약의 후원으로 마련한 것이라 한다. 수술 전 간략하게 일웅봉사회에서 기증하는 물품들에 대한 기증식이 있었고 바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첫날에 잡힌 수술은 모두 6건, 그중 구순열 수술이 2건, 구개열 수술이 4건이었다. A방은 김종렬 교수님과 팽준영 교수님, B방은 최진영 교수님과 전승호 선생님이 각각 집도와 어시스트를 맡으셨고 마취과 신터전 선생님이 양쪽 방을 오가며 마취를 담당해주시기로 했다. 김미연 간호사님은 수술에 조금이라도 부족하지 않도록 기구외 여러 가지들을 준비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매년 해왔던 일이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장비들,  빈둥성 스탭들과의 언어장벽 등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교수님들께서는 정말 놀라운 실력과 집중력으로 수술을 진행하셨다. 막내인 나도 양쪽방을 오가며 사진을 찍고 구개열 환자를 위한 splint를 만들고 어린아기들을 위한 arm band를 만드는 등의 일을 하였고 남는 시간에는 수술을 observation하였다.

 

다소 예상치 못한 일도 일어났다. A방의 2번째 환자의 구개열 수술을 마치고 환자를 깨우는데 환자가 숨을 잘 쉬지 못한다. 다시 intubation을 하고 인공호흡을 진행하다가 호흡이 안정되기를 기다려 자가 호흡을 유도하면 다시 호흡이 고르지 못한다. 이러기를 두어시간 만에 환자는 호흡을 찾았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구개열의 경우 연구개를 지나 목젖까지 절개하고 봉합하기에 연조직의 부종 때문에 기도를 압박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예상 밖의 상황에 모두들 긴장했고 첫날부터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다소 위축되었지만 숙련된 양쪽 방의 집도의들은 다행히 나머지 수술을 순조롭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환자의 대부분이 아기였기에 전신마취에 더 신중을 기해야 했고 완벽하지 않은 도구와 설비, 그리고 현지 인력과의 소통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매순간 주어진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최고의 수술팀의 일원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집도하신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수술 4일째부터는 A방의 집도를 김명진 교수님께서 맡으셨다. 민병일 교수님과 이진규 원장님, 김종렬 교수님이 먼저 귀국을 하시고 후발로 김명진  교수님께서 합류하셨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일행은 현지 수술장 환경에 매우 익숙해졌다. 현지 인력과도 눈빛만으로 통한다. 어느새 서로가 원하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경지에 이른 수술팀의 능력은 하루에 8건의 수술도 감당할 정도였다. 막내도 아침 일찍 맡은 일을 처리하고 틈틈이 first assistant로 수술에 참여하는 영광을 가졌다. 한국에서는 구개구순열 환자들이 많지 않아 병원수술장에서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교과서에서, 강의에서만 배웠던 구개구순열 수술에 직접 참여하게 되어 너무나 뿌듯했다. 봉사팀의 일원으로 왔지만 봉사이상의 배움을 얻는다. 이번 봉사활동의 최대수혜자는 베트남의 환자들이 아닌 나 자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을까? 우리는 어느새 환자들과 진정으로 교감하고 그들의 슬픔에 동참하며 그들의 기쁨과 함께하고 있었다. 지금껏 일그러진 안모와 벗어날 수 없는 장애의 굴레 속에서 억압되었던 베트남의 구개구순열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미소. 그들의 미소를 회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우리는 매일의 수술 일정이 끝난 후 김미연 간호사님의 계획 하에 준비한 것이 있었다. 이름하여 ‘2009 희망트리’. 사랑과 행복을 서로 나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기념하여 환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준비했다. 부족하게나마 사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