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관련 수술 80% 성형외과서 주도
‘협진’명목 악안면영역 공격적으로 잠식
치과전문성 적극 홍보 등 대응 마련 시급
치과계 내부 각성·대국민 홍보 필요
강남지역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구강외과 및 교정과 전공자들을 영입해 ‘협진’이라는 개념으로 치과 고유영역인 악교정수술 등 ‘악안면수술’ 영역을 공격적으로 잠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치과계 내부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악교정수술을 통해 심미적인 변화를 원하는 일반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악교정수술’이 이른바 ‘블루오션’으로 떠오르자 성형외과에서 관련 수술을 할 수 있는 구강외과 및 교정과 전공자들을 취업 혹은 공동개원 형식으로 영입해 공격적으로 수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악안면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구강외과 전공 원장에 따르면 악교정수술은 치과 고유영역임에도 불구, 일선 개원 현장에서는 관련 수술의 80% 가량을 성형외과에서 주도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때문에 일선에서는 성형외과가 구강외과 및 교정과와의 협진을 빌미로 치과 고유영역을 침해하는 것을 손놓고 지켜보고만 있다가는 얼마 안가 구강외과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게 되고 결국 고사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론’이 팽배하다.
특히 지난 1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한해 치과의사나 한의사 등을 두고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ㆍ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 같은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구강외과 전공 원장들은 “환자들 사이에서 악교정수술이 치과영역임을 인식하게 되면서 성형외과에서 이에 대응하거나 관련 술식을 깊이 있게 배우려는 목적에서 구강외과와 교정과 전공자들을 영입해 협진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엄연한 치과 영역인 악교정수술에 성형외과들이 눈독을 들인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치과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성형외과를 나무라기 이전에 치과계 차원의 내부 각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구강외과를 전공한 후 강남에서 개원 중인 강제훈 원장(화이트치과 의원)은 “일부 구강외과 전공자들이 성형외과에 취직 또는 공동개원해 관련 수술을 전혀 수련 받은 적도 없는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구강외과의 고유 진료영역인 ‘악교정수술’을 가르쳐 주는 것은 구강외과는 물론 치과계 전체 특히 후배들을 위해서 못 할 짓”이라고 맹비난 했다.
그는 또한 “일부 교정전문병원에서 제식구인 구강외과가 아닌 성형외과로 악안면수술 환자를 리퍼 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구강외과의 설자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다가 악안면에 대한 구조나 원리 이해, 해부의 경험을 오히려 성형외과에서 배워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까지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한탄했다.
최근 그는 이 같은 우려를 담은 호소문을 본지에 게재해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기도 했다.
구강외과 전공자로 서울지부 학술이사 등을 역임한 이준규 원장(M치과 의원)도 “최근 구강외과의 상황은 구한말 우리와 일본과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성형외과에서는 구강외과, 교정과와의 협진을 표방하지만 이는 치과계에 대한 ‘침략’이며 최근 성형외과에서 선수술 등과 관련해 진행한 심포지엄은 마치 ‘을사조약’과 같다. 방심하여 일제가 주권을 행사 했듯이 지금 방심하면 턱수술은 성형외과서 당연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장은 특히 “구강외과를 성형외과에 빼앗기고 이후 교정과 전공의나 아직 경험이 적은 젊은 교정의들이 성형외과에 취업해 노예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협진을 빌미로 성형외과에 치과의 고유영역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치과계 차원의 내부 각성과 더불어 대한구강외과학회를 비롯한 치과계 전체차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악안면수술이 치과의 전문 영역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조직적인 대응이 발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협진형태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모 원장은 “치과계 우려는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악교정 수술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성형외과와의 협진을 통해 시술할 경우 보다 완벽한 치료가 가능하다”며 “이는 결국 환자들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병원운영에 있어서도 수술시설을 공유하거나 마취과 영역 등을 함께 구축해 더 전문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