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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7) 더 행복해지는 이유/ 최혜선

더  행복해지는  이유

 

·최혜선
·관악서울치과의원 원장

 

 

맘먹고 글 써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어릴 적엔 그래도 백일장에 나가서 상도 많이 받던 문학도였는데… 원고 청탁을 받고 머릿속으로 계속 무슨 글을 써야하나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더니 역시나 마감일이 닥치니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된다.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어디가 아파서라기보다 그냥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혈액 검사결과 특정 호르몬 수치가 정상치의 두배로 나왔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가서 두경부 MRI를 찍어봐야 한단다. 병명은 ‘뇌하수체 종양’이다.
담당의사도 별거 아니라고 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양성 종양이라 크게 걱정할 건 없다고 한다. 수술을 혹여 하게 된다 해도 그다지 복잡한 것 같진 않고 아무튼 병은 병인데 그닥 심각할것 없는 병이다.

 

그래도 병원에서 처음 뇌하수체 종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가슴이 철렁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고 아주 많이 놀랐다.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내가 죽는다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죽음이란 나라는 존재의 사라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러나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가장 맘에 걸리는 건 사랑스런 나의 두딸이다. 이제 겨우 세 살, 여섯 살 된 나의 보물들! 아이러니 하게도 독신을 꿈꾸었던 나에게 이제 아이들은 어느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보석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때로 여자 치과의사로서 살아가는데 많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병원 경영과 육아, 가사…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린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많이 지치기도 하고 지겨워하기도 했고, 또 때론 나만의 자유를 꿈꾸기도 하던 내게 이번 검진결과는 다른 세상을 안겨 주었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좀 더 감사하게 되고 너그러워지고 좀 더 행복해지게 된 계기일까?
비록 병은 얻었지만 이상하게도 더 행복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