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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7번째)불여시와 곰탱이 / 이 경 화

이경화
메디칼유나이티드 실장

 


불여시와 곰탱이

 

벌써 이 바닥 생활이 만 십년을 넘어섰다.
애들밖에 모르던 유치원 교사(학부모들에게 인기는 좀, 아니 ‘킹왕짱’ 많았음)에서 치열한 ‘전쟁터’에 뛰어든 게 엊그제 같은데….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건 환자 모시기와 ‘바람 잡기’다. 용어가 다소 속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지 치과에서도 내원하는 환자만을 기다려서는 절대로 안 되는 과열 경쟁시대가 돼 버렸다. 많은 치과들이 생겨나고, 경쟁하고, 서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시대.
예전에는 ‘철 밥그릇’이라고 했다는데… 그때로 돌아가면 참~ 좋겠다. 그러면 나도 밥 벌어먹기가 한결 쉬웠을 텐데…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어떤 시대이건 간에 분명한 것, 강자는 있는 법이다.
그럼, 강자가 되려면? 그거야 뭐 많은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우수한 진료술식과 마케팅 전략을 통해 적정 수가를 유지하면 시쳇말로 ‘장땡’이지.


하지만 ‘진료비 덤핑"이 심각한 요즘, 신환의 수도 줄고, 꾸준하던 단골환자의 수도 급감하면서 수가를 한결같이 유지하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은 치과전문 진료와 함께 피부, 쁘띠성형 등  패키지로 가는 경향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물론 환자들의 입장에서도 패키지로 시술 받는 것이 돈, 시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공들여 만들어 놓은 패키지가 쉽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원장님 혼자서 이리 저리 뛰며 상담하고, 시술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안쓰러운 생각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불황의 시대에는 원장님과 스탭이 하나가 돼야만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거기에 ‘불여시’ 능력까지 발휘한다면 순풍을 탄 돛단배와 같이 모든 것이 순조로 와 질 것이다.


내가 가장 최고로 꼽는 말이 있다면 ‘여우같이 잘 하네’이다. 아니 여우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불여시’가 되고 싶은 많은 스탭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물론 직접 치과에 근무하지는 않지만 직업상 많은 치과를 다니다 보니 정말 본받고 싶은 ‘불여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상담과 진료, 동시에 이것저것, 요목조목, 절대 빼먹지 않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돈이 좀 더 들어도 ‘허허허’하며 기분 좋게 만들고, 치과와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히는 ‘불여시’들…정말 환자를 모시는 데는 도사들이었다. 어쩜 저렇게 ‘똑’ 소리가 날까?
호칭부터 신중을 기해 사용하며, 무분별한 어머님, 아버님, 할아버님, 할머님 절대사절.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그런 호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사님~”, “사장님 나오셨어요~”
우리 치과에 오시면 당신은 사장님이며, 왕 이십니다. 아마 이런 느낌을 싫어할 환자분들은 없을 것이다. 꼭 정답이라고는 하기 힘들지만 성심껏 환자를 응대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개원가가 들썩이고 있는 지금, 좀 더 경쟁력 있는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상황에서 이른바 수동적 ‘곰탱이’보다 능동적 ‘불여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 나에게 ‘불여시’의 길을 가고 싶어 할 만큼 멋진 모습들을 보여주신 ‘불여시’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불여시를 꿈꾸며~~
(‘불여시’라는 표현이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최고의 찬사이기에 불편하셨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