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에 환자도 해외로 뺏기고…
미·영 치과의사 ‘죽을맛’
저렴한 비용 인접 국가 ‘클리닉 투어’러시
환자 유치 엽서·이메일 보내기 등 매달려
국제적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각국 치과의사들의 일상도 큰 폭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치과의사들은 경영환경 악화, 환자 국외 유출, 비우호적인 국민여론에 직면하며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의 일간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를 맞아 미국 치과의사들이 고객들에게 이메일 및 우편엽서를 보내고 직접 매주 200여 통에 이르는 편지를 작성하는 등 치료보다는 환자 유치에 매진하고 있는 현실을 상세히 보도했다.
# 경영에는 ‘문외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치과의사협회(ADA)가 지난 7월 1275명의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1/4분기에 수입이 줄고 진료 예약 건수 역시 감소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12만개가 넘는 치과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60%가 넘는 곳은 의사 한 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의원이다. 이들은 대형 치과병원에 비해 영세한데다 지역 경기에 민감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LA 한인타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약 150여 곳의 치과가 개원 중인 이 곳에서도 장기 불황 및 기존 개원시장의 높은 장벽 때문에 치과의사 및 치대 졸업생들의 구직난이 가중되고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같은 현상은 미국 치과의사들이 치대 재학 기간동안 정작 경영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따가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치과의사들의 ‘환자난’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들의 치과 방문은 여전히 감소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무료 치과 진료 행사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리는 현실이 미국 치과의사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저가진료 등 ‘생존권’ 위협
대서양 너머 영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치과의사들은 저렴한 치료비용을 이점으로 내세운 인접 국가들에게 잇달아 환자를 뺏기고 있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 크로아티아 등으로 치료 여행을 떠나는 영국 국민들은 그 수가 한해 2만2000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2000파운드(한화 약 4백만원)에 이르는 임플랜트 수가가 헝가리 등에서는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파운드(1백4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헝가리 치과의사 5명이 런던, 글래스고, 맨체스터, 뉴캐슬, 링컨 등 영국의 5개 주요 도시에서 ‘클리닉 투어’(Clinic Tour)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영국치과의사협회(BDA)는 “해외 치료 여행이 매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싸구려 외국 치과진료에 대해 영국 치과의사들이 다시 치료를 해야 하는 사례들이 최근 보고된 바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환자 유출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특히 영국 치과의사들의 위기는 최근 국립의료원(NHS)의 치과진료 실태에 대한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면서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치아 교정 등 미용이나 성형을 위한 치료의 경우 NHS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다 NHS 소속의 많은 치과의사들이 처우 문제로 의료원을 떠나면서 영국 국내에서 저렴하게 치료를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단지 영국 국민의 54%만이 NHS의 치과진료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치과의사들이 근관치료 등의 복잡한 술식보다는 발치를 염두에 둔 시술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새로운 제도가 실시된 지난 2006년 이후 브릿지 시술은 14만6000건에서 8만건으로 45.5%나 급감했으며 근관치료 역시 90만7000건에서 54만9000건으로 39.4% 준 것으로 나타났다.
BDA 측은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참고로 NHS 치과진료의 발전된 미래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비우호적인 여론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