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료비 30년동안 동일 수준”
“잘못된 건보제도로 일본 치과계 암울 상태”
박태정 오사카 치과보험의협회 이사 밝혀
“현재 일본 치과의사들은 일하는 빈곤자가 돼 있다.”
일본 치과의사들이 직접 전하는 최근 일본의 치과계 현실은 상당히 암울한 상태였다. 이는 보험급여화 요구가 거세지는 등 여러 가지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치과계에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한국 치과의료를 살펴보기 위한 일본 오사카치과보험의협회 시찰단을 이끌고 방문한 미쭈이 야수마사(한국명 박태정) 이사는 “보험에 들어가 있는 항목이 많아 요즘 일본 치과의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최근의 일본 치과계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박 이사는 1980년 초까지만해도 황금기였던 일본 치과계가 쇠퇴한 원인으로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꼽았다.
“의과의 경우 (의료행위가)보험점수에 반영됐으나 치과는 보험제도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고 점수 인상요구를 하지 않는 등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치과의료비가 30년동안 동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 이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6년에 2조5천4백억엔이던 치과의료비가 2008년에도 2조5천7백억엔으로 약간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치과의사수는 5만9357명에서 6만8108명으로 늘어나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박 이사는 “전체 국민의료비(23조엔) 가운데 치과의료비는 점점 줄어들고 몫이 점점 하강해 7%에 불과하며 이대로 가면 6%대로 하강할 우려가 높다”면서 “일본 정부의 잘못된 의료비 정책으로 의료보수가 6~7년부터 계속 마이너스 계정”이라고 밝혔다.
차액징수제에 따라 각 치과병·의원마다 가격을 인상해 환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이를 크게 보도하며 ‘치과의사를 금권주의자’로 비판했고 정부도 움직여 치과의료비가 크게 삭감하게 된 것이 쇠퇴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무보험자의 증가도 일본의료의 붕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로인해 치과의사수는 계속 늘어나지만 환자수는 늘지 않아 절대적 환자수가 감소해 경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치과가 많다는 것.
박 이사는 “현재 30%에 달해 치과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줄인다면 일본 치과계는 다시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새 민주당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이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하루 평균 20명의 환자를 보고 있는 일반적인 일본 치과의사의 월 수입은 보험수입 2백98만3000엔, 자비수입(비보험) 42만3000엔인데 비해 비용지출은 2백22만8000엔으로 수입차액이 월 1백22만9000엔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치과의사의 수입은 의사와 격차가 2배정도로 벌어지는 등 낮은 수입으로 사회적 지위가 저하되고 인기도 떨어져 사립치대 입학정원의 60%가 미달할 정도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박 이사는 “귀금속을 사용하는 인레이, 메탈본드, 브릿지, 금속성 풀덴처와 파샬덴처, 임플랜트를 제외한 90% 이상이 보험진료로 돼 있다”며 “한국도 정부의 재정이 허락되면 일본처럼 보험적용 범위를 크게 넓히는게 좋겠지만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보험화 되지 않도록 하고, 보험화 되더라도 수가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방한목적에 대해 박 이사는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공부해 일본에 반영, 일본치과의료의 수준을 높이고 의료비인상에 반영시키기 위함”이라며 “지금 한국 치과계는 굉장히 활성화 돼 있다.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르지만 좋은 현상”이라고 부러워했다.
서울치대를 1968년도에 졸업한 뒤 군을 마치고 1972년에 도일한 박 이사는 다음해에 일본 치과의사 국가시험에 합격, 사카이시 시립병원에서 치과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1982년부터 교정을 주로하는 치과를 개원했다.
박 이사는 이수구 협회장과 마산고와 서울치대 선후배 사이이며, 부친인 고 박수경 씨는 마산 오동동에 박치과를 개원하면서 마산시회장과 경남지부 회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