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 조선대학교 치의학과 3학년. 작품평 구강탐구생활”. 우리팀의 이름과 작품명이 호명되었다.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과분한 상임에도 불구하고 순간 아쉬움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은상이 어딘가! 곧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동기들의 축하를 받으며 단상으로 올라가 상장과 상품을 받아 내려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약 한달간에 걸쳐 이루어진 사전 준비와 시험에 쫓기면서 3일 밤낮의 촬영, 편집의 결과인 ‘2009년 구강보건 UCC공모전’이 마무리 되었다.
이번 공모전은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번 공모전이 있음을 알되었고, 학년내 동기 몇 명과 작년 예방치의학 시간에 장애인을 위한 구강관리 동영상을 제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출품하기로 뜻을 모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 동영상을 조금 수정해서 제출할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런데 공모전의 관련 문서를 읽어보고 회의를 거듭할수록 이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공모 주제는 “모두가 참여하는 구강건강 아이디어”였고 공모 소재는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내용으로 올바른 잇솔질, 불소이용, 구강보건용품 및 기타 일상생활에서 구강건강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모두를 참여시킬 수 있을까?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 일상생활의 구강건강은… 치과대학을 다니는 학생으로서 전문적 지식의 전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우리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구강건강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재밌으면서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내용을 만들기로 했고 곧바로 이를 위한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갔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많은 내용들이 추가되었으며 또 수정, 삭제되기도 하였다. 여러 번의 논의 끝에 기본적인 틀이 잡혔고 촬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촬영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우릴 가로막았다. 평소에 연기(?)라는 것은 전혀 생각조차 해본적 없는 우리에게 비디오 카메라는 정말이지 쉽지 않은 상대였다. 처음 촬영분을 확인한 순간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그 기분이란… 하지만 그나마 우리의 작품이 마무리 될 수 있었고 어느정도의 즐거움을 줄 수 있었던건 우리 두 주연배우들의 자신을 잃은 혼신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후반 작업에는 본인들의 연기가 맘에 들지 않아서 재촬영을 요구할 수준에 이른 두 주연배우에게 이 자리를 빌어 박수를 보낸다!
결국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문제는 우리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분위기에 맞는 성우의 녹음이 필요했다. 우리의 작품은 코믹한 상황을 무표정하고 사무적으로 읽어주는 나래이션이 조화되어야 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성우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사실 이 당시 까지만 해도 아직 성우는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누가 과연 우리의 작품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성우가 읽어야 할 시나리오를 쓰던 도중 지나가던 동기가 프린트 되어 있던 시나리오를 읽어 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반은 장난으로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TV에서 나오던 바로 그 목소리! 그 분이 우리에게 강림하셨다! 상황설명이고 뭐고 없었다. 강제 스카우트. 곧바로 그분은 우리팀의 성우가 되었고 우리 UCC를 멋진 나래이션으로 장식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은 일은 막막한 후반 편집 작업. 이미 우리에겐 작품제출까지 시간이 부족했다. 제시간까지 제출을 위해 하루 낮밤을 완벽히 지새우고 제출 기한 당일 오후가 되어서야 모든 작업은 마무리 될 수 있었고 우리팀은 다행히 시간내에 작품을 제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상식 당일. 우리는 최종 후보 4작품중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우린 내심 대상에 대한 기대가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뭐, 솔직히 말하면 우리끼리는 대상을 확신해서 이미 어느정도(?)의 뒷풀이도 미리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은상. 대상과 금상은 다른팀에게로 돌아갔다.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우리팀원들끼리는 이번 공모전 내내 즐거웠기에 그것으로 더 만족하고 있다. 바쁘고 힘든 학교생활에 지쳐가던 우리에게 활력소가 되었다고나 할까? 무료하고 지쳐가는 삶에 오랜만에 열정적으로 뭔가 뛰어들었고 그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이제 목표가 생겼다. 다음 대회나 공모전이 어떤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대상은 우리팀이 가져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