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고유영역 탐내다 “큰 코 다친다”
성형외과 양악수술 부작용·위험성 속출
수술후 문제 발생 구강외과 리퍼 환자 많아
KBS 소비자 고발 환자 사례 심층 보도
V라인 열풍에 힘입어 턱수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늘면서 성형외과들이 각종 광고를 앞세워 치과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양악 수술을 공격적으로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 등 각종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시사고발프로가 방영됐다.
KBS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소비자 고발’이 지난 15일 ‘턱수술, 그 위험한 선택’이라는 주제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후 심각한 부작용에 고통 받거나 생명의 위협까지 처했던 환자들의 사례를 심층 보도했다.
또한 방송은 이 같은 부작용 피해 환자들이 최근 구강악안면외과를 찾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실제 치과병원 구강외과를 직접 찾아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특히 아이라 세이피츠 미국 구강악안면외과 협회장, 선영훈 호주 시드니대학 구강악안면외과 외래 교수 등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호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치과적 기능 등을 고려해 치밀한 준비 속에 95% 이상 구강외과에서 이같은 수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V라인, 에그라인 등 심미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각종 광고 열풍에 힘입어 그 위험성을 간과한 채 성형외과에서 대거 시술을 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악 수술 등 턱수술은 단순 뼈만을 깎는 수술이 아니라 턱 뿐만 아니라 치아교합, 입술 움직임 등 여러 가지 ‘기능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하는 정밀한 수술임에도 불구, 조각품을 깎아 내듯 보이는 ‘심미적인’ 부분만 고려해 수술했을 경우 부작용 우려가 있으며 응급처지 설비가 갖추진 곳에서 수술해야만 안전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 방송에서는 성형외과에서 양악 수술을 받은 뒤 턱 비대칭으로 교합이 맞지 않아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34세 여성과 수술부위에 염증으로 턱관절뼈 일부가 괴사되는 사태까지 이르러 치과병원 구강외과에 입원 치료 중인 26세의 환자, 사각턱수술 중 과다출혈 및 부종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을 오가다 기도절개 후 대학치과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던 여성 환자의 사례가 소개됐다.
방송은 특히 구강외과와 성형외과의 양약수술이 이뤄지는 과정을 알기 쉽게 비교, 설명하면서 수술 과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통상적으로 두 과에서는 엑스레이를 통해 치아, 얼굴골격 등을 분석한 후 치아를 본뜨고, 최종 수술계획을 세우는 과정까지는 같지만 성형외과는 다음 단계에서 바로 수술을 하는 반면 구강외과에서는 교합기를 이용해 정말하게 길이를 제는 마운팅과 3차원 분석을 통해 본을 뜬 모형으로 모의수술을 진행하는 등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밀진단 후 양악 수술을 진행했다.
양악 수술 부작용과 관련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측은 방송을 통해 “지난 30년간 성형외과에서 양악 수술을 시행했으며 성형외과 교육과정 중 두개안면 성형부분이 포함됐다”면서 “관련 문제점은 사실 확인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한편 방송이 끝난 후에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턱 수술 후 부작용으로 고통 받았다는 피해자들의 글들이 줄을 이었으며 양악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양악수술의 실체를 알게 됐다.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번 방송을 지켜본 구강외과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하고 우려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류동목 대한턱교정연구회 회장(동서신의학치과 병원 구강외과)은 “방송에 보도된 환자들은 해당 병원과 의료분쟁 중에 있기 때문에 취재에 응했지만 이미 합의를 했거나 합의를 하려는 환자들의 경우 방송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더 많은 부작용 사례가 있을 것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성형외과에서의 턱교정 수술이 급격히 늘면서 수술 후 문제가 돼 구강외과로 리퍼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또 “턱교정 수술은 단순 심미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이 같은 부분을 등한시 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 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방송이 양악 수술 등 턱교정 수술을 간단한 수술로 여기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꿔 놓고 수술시 심미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