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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지는 천사들의 방문

기다려지는 천사들의 방문

 

경기도 남쪽의 끝자락인 이곳 평택에 자리를 잡고 어린이 구강건강관리를 중점으로 하는 예튼e치과라는 조그마한 치과를 개원한지도 벌써 8년이 되어간다.
우리 치과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사회로부터 소외된 어린이와 장애인, 미혼모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동방복지타운이라는 제법 큰 규모의 사회요양시설이 있다.
이 동방복지타운에 소속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기관 중에서 ‘야곱의 집’이라는 영유아 보호시설이 있는데, 이 ‘야곱의 집’은 낳아준 친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해서 사회적인 보호가 필요한 만3세 이하의 영유아들이 모여 있는 시설로써, 다른 보호시설로 가거나 입양가정이나 연고자 등이 나타나기 전까지 일정 기간 동안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설이다.


치과를 개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하게 이 ‘야곱의 집’과 인연이 닿게 되어 몇 년 전부터는 ‘야곱의 집’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구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해주고 있는데 처음으로 ‘야곱의 집’ 어린이들을 대했을 때의 인상은 상당히 밝고 구김살이 없어 보였다. 요양보호시설에 있는 어린이들은 명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잠재되어 있던 잘못된 선입견의 영향 때문이었겠지만, 실제로 어린이들을 대하고 보니 아빠,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어린이들과 비교해도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어여쁘고 귀여운 천사들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야곱의 집’ 어린이들을 구강검진 하면서 느낀 점은 구강상태가 양호하고, 치아우식증이 적은 비교적 건강한 구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살펴 주시는 선생님들께서 부모님 못지않게 관심을 가지고 구강건강관리에 신경을 쓴 결과이겠지만,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의 치아우식증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와는 다른 것이 혹시 간식 같은 것을 자주 먹을 수 없어서는 아닐까 하는 괜한 생각도 해본다.


또 하나는 어린이들이 잘 울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을 검진하려고 하면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많이 울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우리 ‘야곱의 집’ 어린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체생활을 해서인지 혼자서 의젓하게 올라와서 검진을 받고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가끔씩 ‘야곱의 집’에서 생활을 하다가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치아를 다쳐 우리 치과를 찾는 경우에도 의젓하게 진료를 받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고, 치료받는 것이 아팠을 텐데도 불구하고 진료 후에 조그마한 장난감 선물을 받아들고 좋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잠시 동안이나마 행복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매년 이맘때가 지나면 많은 어린이들이 다른 보호시설이나 혹은 새로운 부모님을 만나는 입양가정으로 떠나게 되는데, 올 봄에는 ‘야곱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린 천사들 모두에게 좋은 인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정과 사람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따뜻한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후 이달 말에도 ‘야곱의 집’ 천사들이 매년 하는 정기구강검진을 받기 위해 우리 치과에 방문할 일정이 잡혀있는데, 아기 천사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날이다.

 

원준영

예튼 e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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