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의·한 협진 “아직은 걸음마”
전남대 치과병원 내과 개설 진료 시동
사람사랑서울치과병원 22일 내과 개원
독립채산제 운영… 시너지 효과 기대
지난달 31일 비급여 진료 고지 제도가 시행됨과 동시에 병원급에서 치과·의과·한의과 협진 제도가 시행되면서 의료계에도 이에 따른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발 빠르게 제도 변화에 대처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먼저 협진의 포문을 연 곳은 전남대 치과병원. 전남대 치과병원(병원장 박상원)이 치과병원 내에 내과를 개설해 지난 1일부터 진료에 들어감으로써 치·의·한 협진의 시작을 알렸다. 전남대 치과병원의 경우 일반 메디컬병원과 차로 20~30분 거리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내과의 필요성이 더욱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 전남대 치과병원 내과 개설… 협진 포문 열어
박상원 병원장은 “지난 1일부터 2층 구강내과 옆에 내과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를 배치하고 내과 진료를 시작했다”며 “치과병원에 내과가 개설됨에 따라 내과적 협진이 필요한 치과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왕래하지 않고 치과병원 내에서 편리하게 내과 협진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병원장은 “처음 개설 시 주된 목적은 치과 환자에 대한 컨설팅을 하는 정도였는데 일반 내과 환자도 보게 되고 학문 연구 면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환자들이 치과병원 안에서 혈압 문제나 임플랜트 시술 시 내과적 검사를 실시할 수 있어서 편안해 한다”고 밝혔다.
박 병원장은 “더 나아가 연구적인 측면에서도 치과와 내과가 연계해 학문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치과병원이나 한방병원에서도 역으로 치과의사를 고용해서 학문을 키워나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치과에서도 긍정적으로 다른 학문과의 협진을 통해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람사랑서울치과병원(병원장 양정강)도 독립채산제의 내과가 병원 내에 오는 22일 개원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지만 외관상으로는 치과병원 내에 내과가 개설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치과병원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다.
양정강 병원장은 “일본의 동경치과대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내과의사가 고용돼 왔다”며 “전신질환이 있으면 내과로 리퍼하게 되는데 (외관상) 치과병원 내에 내과가 개설된 것처럼 보여 서로 어울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현재는 관망 중… 이상적인 협진 모델 기대
하지만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변화된 제도가 어떻게 진행이 될 지 관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번 협진 제도는 병원급을 대상으로 하는데 의대병원 치과나 의과대학 치과 등에서는 이미 치과가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적고 병원급에서도 필요할 경우 거의 대부분 독립채산제 형태의 치과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제도가 의과와 한의과와의 협진에 초점이 맞춰져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치과 쪽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영식 이사는 “이번에 복지부에서 협진 제도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의과와 한의과의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한방병원 내에서 진단의학과나 영상의학과의 개설 문제가 핵심이었다. 일부에서는 상황에 대한 가정 하에 과도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치과계에 염려할 만한 실제적인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아치과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천 대표원장(CDC 어린이치과)은 “아직 구체적으로 협진에 대한 방법은 없지만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자는 병원의 미션에 맞춰 협진이 가능하다면 실행해볼 생각은 있다”며 “단순한 구색 갖추기 또는 수익증대 목적으로 협진을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치과의사가 아닌 다른 과 의사들과 협진할 경우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도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심평원 심사 관계자는 “종합병원 옆에 한방병원이 있는 경우 한방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치과의 경우에는 문의가 거의 안들어오고 있다. 주단위로 청구하는 병원들도 있기 때문에 다음주나 돼야 실질적인 청구가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제도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한 병원은 없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미 협진제도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성형외과와 치과간 협진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지방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 협진 제도 시행으로 인해 개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타과 잠식·과대 마케팅 수단 우려도
그러나 치과와 내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한방 등에서 상호보완적인 부분이 있어 어떤 변화가 시도될 가능성은 내포돼 있다.
치과의 경우 의과나 한방과의 협진의 필요성이 필요충분한 조건이 될 만큼 심각하지 않으나 오히려 의과나 한의과에서 치과 분야에 대한 필요성이 커 치과의사를 고용해 치과를 개설하면서 치과를 잠식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견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모 대표원장은 “환자를 위해 진료를 더 심도 있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협진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다만 단순한 경제논리로만 접근할까봐 우려가 된다. 특히 각 분야의 돈 되는 영역을 중심으로 다른 과에서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자신만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과장된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이미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규모가 큰 성형외과·치과가 속출하고 대도시에까지 이런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제도의 합법화가 오히려 이런 붐을 더 키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의과 쪽에서 TMD를 잘 진료하는 치과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치과 관계자도 있어 불황의 된서리를 맞고 있는 한의과 쪽에서는 불황 타개를 위한 계책으로 치과를 포함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남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은 “치과는 하던 대로 할 것 같고 한방에 의과나 치과를 개설한다든지 의과에 한방이나 치과를 개설할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며 “치과에서 당장 큰 변화는 없어 일반 개원의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퍼져 있는 성형외과와 구강외과, 교정과의 협진체제가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정미 기자 jmah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