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4번째
당신은 그리스도인이십니까?
정 규 호
이너스 치과병원 병원장
나는 이제 50을 바라보고 있다. 교회에 다닌지 대략 35년이나 되어간다. 그러나 세상일 가운데 무척 바쁘고, 순간순간 나를 위해 열심히 산 듯하다. 또한 봉사 활동도 나름 하며 이웃을 위해서도 산 듯하다.
그러나 다른 일반사람과 그리스도인이라고 구별되는 점을 거의 알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리스도인이라고 알려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저지르는 잘못으로 인해 오히려 예수님을 욕되게 하지 않을까?, 오히려 다른 사람으로부터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또 세상이 주는 즐거움에서 굳이 나오고 싶지 않아서,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오히려 마음의 부담이 되었다.
지금이라고 별반 달라졌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고백하는 것은 세상이 주는 즐거움보다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조금 더 실천하며 살고자 함이요, 이제 알렸으니 혹 식사 중 술을 피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를 소망하는 바이며, 나 스스로 더 눈치를 봄으로써 더 자제하고픈 마음에서 이다.
나를 알고 있는 많은 친구 선후배님들 나의 잘잘못을 알고 계신 분들 모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소망하며, 이제는 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갚으며 살겠습니다.
나에게는 팔순이신 장인어른이 계시다. 내 삶 가운데 많은 지혜의 말씀을 들려주심으로 어려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고, 격노가 몰려올 때 마음을 진정되게 해 주신 지혜가 많으신 분이시다. 그러하신 분이 폐암 선고 받은 지 어언 5년이 넘은 듯한데, 눈의 기능이 약해져서 한 쪽 눈은 거의 볼 수 없고, 귀는 어두워지고, 스스로 기능이 떨어짐이 하루하루 빨라지고 있다고 이번 설에 말씀하셨다. 내가 보기엔 참으로 선하게 훌륭하게 사신 분이시다. 아무리 선하게 훌륭하게 살아도 모두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이제 나이 오십의 문턱에서 세상을 보니, 죽음에 대한 생각이 차이가 난다. 20대 까지는 언제 죽어도 겁이 나지 않았고, 30~40대에서는 죽을 일을 가급적 만들지 말자였는데, 이제는 죽음에 대해 더 진지해 지는 듯하다. 그만큼 더 가까이 와있음을 알 것 같다. 나도 노안이 오기 시작한지 3~4년이 넘으며,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있고, 귀도 약간씩 위생사들이 식사할 때 나누는 가벼운 농담들이 잘 들리지 않고 있으며, 일상의 피곤함이 회복되는 속도가 느리고 있다. 이 노화를 40대초에 처음 느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아 병원에 많이도 갔었다. 이제는 노화를 자연스럽게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삶의 정체성에 대해 더 명확해 지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노화를 겪으면 일어나는 변화가 노화를 천천히 오게 하고자 다소의 운동을 하며, 식생활의 개선 및 영양제 공급 또는 보약을 먹기 시작하며, 노후의 걱정으로 돈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지며, 자신의 경험으로 이뤄진 것에 바탕을 둔 결정에 더 고집스러워하거나, 또는 후회되는 인생에 대해 우울해하는 것 같다.
그러기에 이제는 오히려 세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무 맛이 나지 않고 산 삶에서, 소금의 맛을 내며 살기를 선포한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