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6번째
홍콩의 별을 보며 다시 찾은 나의 꿈
유 가 현
성일치과기공소 치과기공사
나는 이제 시작이었지만 채 얼마 되지 않아 진창에 빠진 느낌이었다.
누구나 나같은 느낌을 받진 않았을거다. 그러나 적응이 끝나기도 전에 바빠진 난 정말 그랬다. 누가 아는 길을 가는 것은 덜 힘들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는 길도 이리 힘든데 모르는 길은 어찌 가나 싶었다. 마음 속에 있던 의무감이었는지 오기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했다. 첫 한달을 그렇게 내 몸이 기계인양 보내다가 개인적인 휴가가 찾아왔다. 홍콩….
그렇지만 그건 절대 휴가가 아니었다. 일주일 종횡무진 야근하고 밤 비행기로 출발해 새벽에 도착한 홍콩은 습하고 피곤했다. 밤거리가 살짝 날 설레게 하긴 했지만, 세미나를 듣고 나오면 하루가 거의 끝나가 있었고 숙소에 돌아오면 내일 일정이 걱정되었다. 숙박비에 조식비는 포함되어 있어서 같이 방을 쓴 언니와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서 여유있게 아침을 먹자!" 고 3일내내 다짐했던 것 같은데 한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둘째 날부터는 어차피 좀 더 잔다고 풀리지 않을 피로, 그냥 하나라도 더 즐기다 가자라는 생각에 관광에 좀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밤늦게 숙소에 돌아오면 근처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는데, 둘째 날이었을 거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셋 중 한명이 이야기를 꺼냈다.
초면에 나누기엔 약간 낯간지러운 주제, ‘꿈"이었다. 목표가 무엇이냐도 아니고 꿈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는데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전구가 깜빡거렸다. 아, 내가 ‘내 꿈은~" 이라고 얘기를 꺼내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더라?
‘~그랬으면 좋겠다" 나 ‘내 바람은~" 정도였던 것 같은데… 사실 꿈이나 목표, 바람이 다를 게 뭐냐고 하면 조목조목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주 어렸을 적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면서 꿈이라고 하던 기억에 뭔가 감성적인 기분이 되었었다.
커 가면서 세상 물정도 배워가고 현실적인 눈도 조금씩 키워가면서, 철없던 꿈은 적금통장, 청약이 되어 버렸다.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내 이야기다.
내 꿈은 뭐지? 있긴 있었는데, 그것도 꽤 구체적으로… 그런데 흐릿할 뿐 또렷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대학생활 3년 동안, 꼬맹이 때처럼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했었던 것도 같은데 졸업도 며칠 남았는데 어느새 안개처럼 뿌옇게 되어 버린거다. 툭 던져진 말에 당황하고 무언가 모르게 원망스러운 기분도 들다가 정신차려보니 같이 방 쓰는 언니가 이야길 하고 있었다. 언니의 꿈은 ‘세라미스트" 였다. 다른 오빠는 학업, 멀게는 트레이닝센터에도 관심이 있다 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점점 더 초조해졌다. 머리를 굴려봤지만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난 근 한달 간 꿈같은 건 내동댕이치고 내 육신에 잠을 선물하는 것에 급급해 있었으니까. 자, 난 이제 무슨 이야길 하지. 무슨 말이든 해야한다는 생각에 모래를 한 움큼 먹은듯한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횡설수설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라져버린 꿈에 대해 나만의 잘못은 아닌 양 포장하려고 노력도 좀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꿈은? 비밀이다. 뭐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아직도 채우는 중이다. 길이 좁고 택시기사가 왕(王)인 홍콩에서 나는 내 꿈이란 상자를 가져왔다. 내가 잃어버렸던 꿈인지 새로 주운 꿈인지는 모르겠다. 이젠 잃어버리지도 잊어버리지도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