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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번째)화산몽접(和山夢蝶) (상)- KBS 1박2일 시청자투어를 다녀와서

제1529번째

 

 화산몽접(和山夢蝶) (상)
- KBS 1박2일 시청자투어를 다녀와서

 

 

민 경 호
서울 우리가족e치과의원 원장


그게 며칠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평소 출근길에 지하철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데 그날따라 선반에 버려진 지하철신문을 끌어내려 읽었습니다. 광고투성이 기사를 주마간산으로 보다가 1박2일 시청자투어 공모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공모 십여 일만에 십만여 팀이 신청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아무생각 없이 저도 응모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았지요. 이렇게 했는데 16만 5천여 팀 중에 저희 팀이 선정된 겁니다. 사실 큰 행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만, 제게 행운이 오려면 차라리 로또가 더 좋았을텐데 하는 간 큰 욕심이 있었습니다.


1박2일 시청자 투어는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다녀와서 월요일 출근길이 이상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곳을 즐겁게 때론 어렵게 여행을 다녀왔어도 이번만큼 묘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출근하는데 길이 두둥실 떠 있기도 하고 현실이 아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출근해서 일하면서 아파요, 여기가 이상해요 하는 이야기를 환자들에게 들으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데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기분이 들어 글 제목을 감히 장주몽접(莊周夢蝶)에 빗대어 붙여 봤는데, 나무라신다면 제 좁은 소견을 돌아 보겠습니다.


금요일 오전 9시에 방송국에 모여 관계자로부터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습니다. 뭐하나 알고 있는 게 있어야지요. 몇 시에 시작하는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일러 준 것은 없습니다. 그저 평소대로 여행 왔을 때 지내는 것처럼 지내면 된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정오쯤 저희 팀 조장인 MC몽군과 함께 도시락을 먹고 시청자소개 촬영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무려 5시간이 걸렸습니다. 대기하면서 각 팀 조장을 맡은 연예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점심도 함께 하니 그제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저희 조장인 MC몽은 아주 건실한 청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희와 20살 차이가 나는데 호칭은 저희를 형님으로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소개하는 촬영을 하고 이어진 게임에 져서 저희는 비행기가 아닌 배로 제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동방법을 정하는 복불복 게임으로 369 게임을 했는데 게임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방법은 모르는 친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도 게임 방법을 몰라, 주어진 연습시간 10분 동안에 연신 머리 따로 손 따로 놀아 비난 많이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MC몽 군에게 배우는데 MC몽 군은 연신 자신의 머리를 치더군요. 자꾸 틀리니까 결과가 뻔할 것이라는 뜻이겠지요. 어쨌든 예상대로 저희는 졌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할 수 있는 은평기사팀, 부산 11남매팀도 졌습니다. 항공대 학생팀도 져서 진 4팀은 배를, 이긴 3팀은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 10명은 좁은 선실에서 MC몽 군과 함께 잠을 잤습니다. 저녁거리를 두고 노래 따라 부르기 복불복 게임을 했는데 저희가 먼저 완창을 해서 통닭을 받았습니다. 노래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김수희의 ‘애모’, 남진의 ‘저 푸른 초원위에’ 였는데, 저희는 당연히 김건모의 노래는 제쳐 두고 나머지 두 곡만 걸리기를 학수고대했는데, 다행히 남진 노래가 걸려서 한 친구가 멋지게 완창을 해서 제일 먼저 저녁거리로 통닭을 받았습니다. 다른 팀도 시장한데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먹자 했더니 MC몽 군은 “아닙니다 형님들, 1박2일은 기회가 왔을 때 빨리 해치워야 합니다” 하면서 먼저 덥썩 먹기 시작하는 겁니다. 다른 팀이 노래부르기 도전을 계속하는 동안 우리는 박찬호 선수가 보내 준 통닭을 먹으면서 아주 즐겁게 촬영에 임했습니다.


저희 친구 중에 코를 대단히 고는 친구가 있습니다. 방송에 살짝 코 고는 모습을 비췄는데 이 친구 실망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코골이방지 CF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여행가면 저희는 이 친구를 위해 항상 따로 방을 마련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짝 도망가서 한가한 곳에서 따로 잠자리를 폈다가 MC몽 군에게 붙들려 들어와야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MC몽 군에게 물었지요. 강호동 군도 코고는 정도가 대단하다는데 우리 친구와 비교하면 어떤가고 물었습니다. “아아 상대도 안됩니다. 호동이형은 절반도 안되는 것 같아요. 여지껏 들어 본 중에 최고였습니다” 하면서 풀썩 쓰러져 다시 자는 것이었습니다.


좁디좁은 선실에서 코고는 친구와 한 방에서 고문같은 밤을 보냈습니다. 다들 일어나서 하는 말은 “역시 대단하다. 거의 못 잤네” 입니다. MC몽 군은 우리가 일어나서 씻고 아침 먹고 올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배는 아마 12시간 쯤 가는 카페리선 입니다. 저도 10년 전에 아이들과 이용한 적이 있어서 감회가 있더군요. 배는 비용은 저렴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특히 잠자는 시설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1등 객실은 물론 좋고, 2등 객실은 2층 침대객실과 보통 큰 방으로 된 객실이 있고, 3등 객실은 아주 너른 운동장 같은 객실입니다. 3등 객실은 먼저 자리잡은 사람이 임자입니다. 대부분 한라산 가는 등산객인데 출항해서 앉자마자 술판에 카드판 이어서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은 절대 아닙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한가하게 선상생활하면서 여행하시려면 2등 객실 중 2층 침대를 택하시는게 좋습니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자정쯤 하는 선상불꽃놀이 입니다. 아주 멋있었습니다.

 

제주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갔습니다. 숙소는 아주 외딴 곳에 있는 리조트인데 저희 1박2일 팀만 묵었습니다. 일종 ‘수용’입니다. 입구마다 건장한 청년들이 지키고 있는 그런 환경(?)이었습니다. 근처를 둘러보고 몰래 간식거리라도 장만해 보려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어깨(?)들에게 들켜서 되돌아 와야 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고부터 질척질척 비가 내립니다. 12시 쯤 비는 잠시 멈췄습니다. 이때 점심 복불복을 했습니다. 나 피디가 각 팀 조장과 대표를 모이라고 했습니다. 나 피디는 두 가지 미션이 있는데, 팀별로 차를 줄 테니 하나는 곽지 해수욕장을 찾아 해당 미션을 수행하고, 두 번째는 ‘무슨 오름’을 찾아 다녀오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미션내용을 설명하는 도중에 은지원 군이 소리 지르며 뛰쳐나가는 겁니다. 다들 뛰나 마나 어리둥절하는데 제 뒤에 서 있던 강호동 군이 제게 묻습니다. “아버님, 아까 닥지라고 했나요?” “아니요 곽지요” “아아 곽대군요” “아니라니까요 곽지요 곽지” 이것은 상대를 헷갈리게 하는 수법이었습니다. 은지원 군이 뛰쳐나가는 것이나 강호동군이 어뭉한 소리를 하는 것이나 모두 저희들 정신을 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PS. 우습지도 않은 광대짓을 하고 왔다고 나무라실 동료 분들이 계시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저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가볍게 보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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