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훈 원장의 지상강좌
유구치 크라운 : 쉽게, 빠르게, 자신있게- Part I
자동차 운전을 배우는 학원은 많은데 자전거 타는 것을 가르쳐주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자동차를 “임플란트”로, 자전거를 “유구치 크라운”이라 비유한다면 행간 속의 뜻이 명확해지지 않았나요? 유구치 크라운은 소아치과 술식 중에 가장 신뢰할만한 치료방법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임상에서 몇 번 실습하는 것을 제외하면 많은 임상가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독학으로 마스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쓰라린 고통이 있지만 연습에 연습을 더 하다보면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은 자동차에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구치 크라운을 습득하는 과정도 자전거와 비슷한 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그림 1).
유구치 크라운 탄생의 배경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에 잘 드러나 있다. 유구치에서 와동이 좀 큰 경우 수복물의 수명이 짧아서 항상 다른 대안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Humphrey는 1950년경에 “교정용 밴드”를 모태로 하여 Chrome steel crown을 개발하였다(그림 2). 초창기 크라운의 교합면 형태는 정교하지 못했으며 trimming과 contouring을 하여 장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1960년대에 개발된 크라운은 원래의 치아보다 크라운의 길이가 약간 길고 교합면 1/3부위까지 형태가 만들어져 초창기 크라운보다 임상 시술 시간은 짧아졌지만 여전히 trimming과 contouring이 필요하였다. 1970년경부터 개발된 precontoured 크라운은 trimming이 거의 필요 없어 지금 많은 임상가들이 사용중이다. 작년부터는 국내에서도 Precontoured 크라운이 제작되어 시판중이다.
1950년경 소아치과에서 유구치 크라운이 처음으로 사용된 이후로 많은 임상가들이 유구치 크라운 장착을 위한 치아 삭제 및 적용방법에 대해서 언급해왔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 장착 방법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고 술자마다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임상가들에게 약간의 혼동이 있을 수 있다. 유구치 크라운을 적용할 때 가장 확실한 답을 얻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어떤 제품이 가장 좋은가?”와 “유구치 크라운 마진의 trimming 유무 일 것이다. 국내에 시판중인 유구치 크라운으로는 Anatom primary crown(DENSPLY-SanKin), Ni-Chro ion crown(3M ESPE), 키즈 크라운(신흥)등 세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유구치 크라운을 쉽고 빠르고 자신있게 임상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크라운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서 숙지하는 것이 꼭 필수적이다(그림 3).
■ 유구치 크라운의 분류
(1) 성분에 의한 분류
1. Chrome steel crown(철: 72%, 크롬:18%, 니켈:8%, 탄소:0.8-2%)
2. Nickel steel crown(니켈:70-90%, 크롬:5-15%, 철:7%)
(2) 형태에 의한 분류(그림 4)
1. Untrimmed crown
① 크라운이 원래 치아길이보다 훨씬 더 길다.
② 크라운의 변연이 직선적이다.
③ not strain-hardened(변형경화), 철/니켈(67%/12%)
④ trimming(많이), contouring, crimping이 필요하다.
2. Pretrimmed crown
① 크라운이 원래 치아길이보다 약간 더 길다.
② 크라운의 변연이 치경부에 맞도록 festooned되어 있다.
③ strain-hardened, 철/니켈(67%/12%)
④ 크라운 협, 설측 벽이 occlusal 1/3까지 contoured되어 있다.
⑤ trimming(약간), contouring, crimping이 필요하다.
3. Precontoured crown
① 크라운이 원래 치아길이와 거의 비슷하다.
② 크라운의 변연이 more rounded되어 있고 치경부에서는 crimped되어 있다.
③ strain-hardened, 철/니켈(10%/72%)
④ 크라운 협, 설측 벽이 middle 1/3까지 contoured되어 있다.
⑤ trimming(거의 불필요), contouring, crimping이 약간 필요하다.
(3) 제조회사에 의한 분류
1. Rocky Mountain : Chrome steel crown, Untrimmed crown
2. Unitek crown(3M ESPE) : Chrome steel crown, Pretrimmed crown(그림 5)
3. Anatom primary crown (DENSPLY-SanKin): Nickel steel crown, Pretrimmed crown(그림 6)
4. Ni-Chro ion crown(3M ESPE) : Nickel steel crown, Precontoured crown(그림 7)
5. 키즈 크라운(신흥) : Nickel steel crown, Precontoured crown(그림 8)
유구치의 일생을 반추해보면 제한된 수명을 가진 멍애 때문에 “땜빵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대충대충 또는 얼렁뚱땅 충전되는 경향이 술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 팽배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 같다(그림 9). 유구치에서 가장 견고한 수복 방법인 크라운은 재치료의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호자와 아이들에게 신뢰감을 얻을 수 있고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경제적으로 유리한 수복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구치 크라운 평균 수명(40개월 이상)과 교체율(3% 미만)은 유구치 치료에서 “choice of restoration"로 크라운을 선택해야 하는 이론적 증거라 할 수 있다. 유구치에서 가장 비싼 치료 방법은 먼저 충전 재료(예: 아말감, 자가중합 GI)로 수복하고, 몇 개월이 지난 후 치수치료를 받고 크라운을 장착하는 것이다(그림 10). 따라서 유구치 치료 계획을 수립할 때 유구치의 잔존 기간을 고려하여 이 기간 동안 수복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과 가격을 비교 평가해서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구치 크라운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임상에서 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그림 11) 첫째, 유구치 크라운 사용의 경험이 적고 자신감이 부족하여 크라운 적응증이 분명해도 충전재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그림 12). 둘째, 아이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치료 시간을 짧게 빨리 끝낼 수 있는 수복 방법이 선호되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다. 셋째, 유구치 크라운의 좁은 적응증을 들 수 있다. 치수 치료를 받은 치아 위주로 크라운이 고려되고, 우식의 크기 또는 우식 발생 위험도등은 유구치에 크라운을 선택할 때 아직은 임상적으로 일반화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넷째, 유치는 곧 빠질 치아라는 인식이 치과의사와 일반인들 모두에게 뼈속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유구치 크라운을 명칭하는 용어들을 정리해보면 Preformed Metal Crown, Stainless Steel Crown, Kids Crown, SP Crown정도를 들 수 있다. 이중에서 SP Crown이란 용어는 앞으로 더 이상 임상가들에게 불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램이다. 그 이유를 들자면 첫째 SP라는 어원이 Sun Platinum이라는 일본 제품의 약자에서 기인하여 비록 상품명이라 하지만 왠지 유쾌하지 않고 둘째 SP가 국내에서는 “산프라”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어 느낌상 치과의사가 하는 술식을 폄하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그림 13). 명칭에 따라 존경과 대접의 정도가 다른 것처럼 이러한 작은 실천이 우리가 치과의사의 권위를 스스로 지키는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위임진료에 대한 논쟁이 있다. 영영사전에 의하면 위임이란 "the process of giving some of your work, duties, or responsibilities to a more junior person"라고 정의된다. 그렇다면 유구치 크라운을 임상에서 시행할 때 어디까지가 치과의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책임인지를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정의내리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그림 14). 치과의사는 치아를 삭제하고 크라운을 맞춰보고 접착하는 것 까지 담당하고 치위생사는 잉여 세멘의 제거와 크라운 장착 후 주의사항 전달까지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요즘의 사회가 요구하는 엄격한 잣대를 고려한다면 위임진료에 있어서 허점을 보완하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모습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임상에서 사용하는 유구치 크라운의 적응증을 위한 임상적 가이드라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a. 아이의 나이 : 3세 > 6세 > 9세
b. 우식 위험도 : High > Moderate > Low
c. 아이의 행동반응 : 비협조적 > 잠재적 협조적 > 협조적
위에서 3가지 요소중에서 좌측에 해당되면 무조건, 중간에 해당되면 알아서, 우측에 해당되면 신중히 유구치 크라운을 추천합니다. 특히 상악 유전치 또는 하악 유전치에 충치가 있으면서 제1유구치에 수복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장기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예방적인 측면에서도 제1유구치에 크라운을 장착하는 것은 어찌보면 현명한 치료라 할 수 있다(그림 15).
권 훈 원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신 은사이신 이상호 교수님과 다소 임상적으로 치우치고 부족한 강의를 경청해주신 후배님들께 이 지면을 빌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